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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호 호서대 교수
게(蟹)의 강한 집게는 적의 배를 찢도록 고안된 것인데 왜 그들의 대결은 상처없이 끝나는 것일까? 영국의 생물학자 메이나르 스미스는 게들이 은거지를 차지하려고 싸우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위와 같은 의문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온갖 창과 갑옷, 집게와 날카로운 발톱, 뿔과 이빨이 부딪치는 전장이다. 국가간 생존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국제정치는 더욱 그렇다. 스미스의 고민을 한반도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든다.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의 최첨단 무기가 널려 있는데 어떻게 아직도 북한과 같은 괴뢰집단이 미국에게 호언장담하며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국제정치는 모든 거래가 용납되는 도박장이다. 때로는 지는 자가 이기는 그런 노름판이기도 하다. 플레이어들은 속임수를 쓰고 협박을 하고 불리할 경우 순서를 흩뜨려 버리기도 한다. 한반도라는 국제정치의 현실이 그렇다. 생태계에서 생명체의 위장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선택지 역할을 한다.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보기에도 섬뜩한 무기를 앞세우고 사열행진을 하는 북한군이 최신예 첨단장비와 무기로 무장한 미국의 전사보다 더 유능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위장 때문이다.

생물학에서 답을 얻지 못한 스미스는 수학의 게임이론을 사용하여 게의 생존문제를 설명해보려고 시도하였다. 게임이론은 경쟁에서 어떤 선택이 생존을 위하여 가장 적절한지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매(鷹)와 비둘기 게임을 예로 들 수 있다. 이것은 국제정치에서 국가 간 경쟁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방법이다. 두 국가가 대결하는 매와 비둘기 게임에는 화친과 전쟁의 양자택일만 가능하다. 게임이론에 따른 전략적 수단을 이렇게 설정한다. 우선 북한과 같은 매의 전략이다. 매는 어떤 계약도 무시하고 싸운다. NPT를 탈퇴한 것을 보라. 그리고 상처를 입어도 승리할 때 까지 온갖 폭력을 사용한다. 이기든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 혹은 치명상을 입을 때까지 무조건 싸운다. 핵개발이 이를 방증한다. 다른 하나는 비둘기 작전이다. 전투 중에도 공정하며 상대가 과격하게 갑자기 공격해오면 다치기 전에 피한다. 비둘기는 계약조건을 지키면서 싸우고 폭력을 피하려 한다. 동맹의 경우 두 마리가 함께 대결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싸움은 대부분 장기전이다. 아무도 사생결단을 원하지 않는다. 이른바 평화라는 균형점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경쟁에서 개개인의 야망은 집단의 이익에 공헌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학자 내쉬(Nash)는 여러 정치주체들이 각자 최선의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은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한다. 내쉬의 균형(equilibrium)이란 경쟁자가 각자 최선의 선택을 했을 때 서로가 자신의 선택을 더 이상 바꿀 필요가 없는 상태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우리의 안보상황은 북한의 핵무기개발로 심한 비대칭 상황이다. 결코 내쉬의 균형에 도달하지 못했다. 설령 균형에 도달했다 쳐도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수밖에 없다. 결국 한반도에서 북한 정권이 완전히 패퇴되어 사라지지 않는 한 평화는 없고 오직 위장만 있을 뿐이다.

프랑스 동물학자 드왈은 동물원의 침팬지 집단을 관찰한 결과 우두머리를 탐내는 한 젊은 수컷 침팬지가 계속 측근 침팬지들을 공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북한의 젊은 김정은이 이 같은 침팬지와 흡사하지 않은가? 사람들은 자신의 옆에서 난폭하게 운전하는 김정은이 매가 될 수 있는 확률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명심해야 한다. 악마를 영원히 축출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우리가 그의 노예가 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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