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 등대 소나무
소나무와 막걸리는 궁합이 좋다고 한다. 막걸리가 소나무 생육에 좋다거나, 소나무가 시름시름 죽어갈 때 막걸리를 주변에 뿌려주면 원기를 회복해 살아난다. 이와 관련 막걸리와 좋은 친분을 맺은 두 소나무를 소개한다.

포항시 남구 국립 등대박물관 직원 숙소 옆에는 ‘호미곶 등대 소나무’가 있다.

호미곶 등대(燈臺)는 108여 년 전에 프랑스식 건축양식으로 건설됐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일출이 가장 빠르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립 등대박물관이 있어 사람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다.

호미곶 등대 소나무는 수령이 약 300년 됐다. 높이 5~6m, 가지 둘레 10여 m로 옆으로 뻗으며 잘 자라고 있다.

이 소나무가 10여 년 전인 2005년만 해도 잎이 마르고 비틀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고사할 위기에 처하게 됐는데, 등대 직원들은 살리려고 애를 썼으나 쉬이 낫지 않았다.

결국 소나무 생태연구가의 조언을 받아 무려 2년에 걸쳐 매년 4월에 2번씩, 막걸리 10말 정도를 물과 섞어 투여했더니 소나무 잎이 다시 짙어지고 회생하게 됐다. 막걸리 속에는 단백질, 아미노산, 미네랄 등 나무의 성장을 돕는 이로운 물질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후 고사해가던 노송은 되살아 더욱 직원들의 보호와 사랑을 받고 있다.

처진소나무는 청도군 호거산에 있는 1천400여 년 전 창건된 신라고찰 운문사(雲門寺)에 있다.

수령이 500여 년 된 이 소나무는 높이 약 6m, 나무둥치 둘레 3~4m, 가지 둘레가 20여 m쯤 된다. 모양이 반원형으로 원만하고, 가지가 땅을 향해 사방으로 처져있어 ‘처진소나무’로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인 처진소나무 4그루 중 가장 크고 우아하며 멋진 것으로 알려 있다.

옛날 어느 고승이 이곳을 지나다 소나무 가지를 꺾어 꽂아 놓은 것이 뿌리를 내렸다고 전해진다.

매년 삼월 삼짇날에는 이 소나무에 막걸리를 뿌려주는 ‘막걸리공양의식’이 40여 년이나 이어지고 있다. 이 행사에는 스님 수십 명이 참석해 한 시간 정도 반야심경을 염송하며 예불하고, 청도의 유명 막걸리 12말을 물과 섞은 다음 나무 둘레에 뿌린다.

오래된 고목이라 영양보충을 위해 거름 살포 형식으로 막걸리를 주는 행사로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소나무가 수백 년 동안이나 한자리에 앉아 가지를 땅으로 숙이고 있는 모습은 스스로 자세를 낮추고 겸손의 덕목을 몸소 수행하는 거구(巨軀)의 선승(禪僧)처럼 보인다.

그리고 6·25동란 때 다른 건물은 거의 소실됐지만, 이 소나무는 감긴 칡넝쿨이 대신 타는 바람에 나무 본체가 살게 되어 운문사 재건의 기폭제가 되었고, 여름이면 이 나무 그늘이 학승들의 공부 자리로 제공되었다고 한다.

또 돌아가신 법정 스님은 이 나무를 ‘주송(酒松)’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예부터 술은 예를 갖추어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음료이다. 이 나무가 막걸리 곡차를 마시면서 고고한 스승의 자세로 사바세계의 인간을 일깨우며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운문사 처진소나무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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