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 위에 있고 길은 내 밑의 사랑 위에 있다
태양의 빛이 빛나는 길 위에는 달빛 또한 흐르고 있고
수평선이 하늘로 빠지는 다섯번째 둔덕에서 부는 바람은 스산하다

그때 내가 읽었던 소설은 누가 바람을 보았는가 이다
그 소설은 내가 숲으로 가는 열한번째 길 바깥에서이다

사람이 가장 나중에 사랑해야 할 것이
여자라고 씌어 있던 소설은 적요하다

길 위에서 돌을 사랑하고 돌을 흘러가는 강물의 흐름을 읽고
일곱 번째 바람이 부는 저녁 그 돌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
그 돌의 여자가 되어야한다/그 강물의 창문은 하늘을 위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그대를 위한 것이다/바람이 알맞게 불고 봄 저녁이었고
포구에는 배가 불빛에 지치고 있었다

자작나무숲 너머 사람이 아름다운 저녁이 있고
그 숲을 지나 지구로 가는 길 한가운데 있는 자전거가 아름다운 날마다
나는 바다로 가는 길 위에 있고/그대는 내가 가는 길 끝에 있다

나는 그 길을 가장 낯선 천국으로 가는 첫번째 길이라고 이름 불렀다


<감상> 나에게 있어 모든 길은 너에게로 가는 길, 눈 뜨는 일과 밥 먹는 일, 창문을 여는 일, 햇살을 만지는 일 그리고 햇살 속으로 손을 쑤욱 넣어보는 일, 이것들은 너에게로 가는 길 위에 흩뿌려진 꽃잎 같은 것들, 너는 어느 날 그 길을 밟고 오리라, 수만 가지 꽃잎 흩뿌려 놓은 그 길을 사뿐히 즈려밟고 너는 내게 오리라. (시인 최라라) 


*아침시단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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