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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한 변호사
현대자동차 파업이 막을 내렸다. 공공노조 및 운송노조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2007년 유엔 대북인권결의안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기권 과정에 올인(all in)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진해운 사태, 갤럭시 노트 7 단종, 현대차의 대규모 리콜 등으로 한국 경제가 매우 어렵다. 지금 시급히 걱정해야 하는 것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다. 그런데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하여 정치인들은 이토록 무관심하니 절망감마저 든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는 이대 학생들의 절규나 교수들의 성명에서는 일말의 희망이 보인다. 파업 중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적용을 받으면서도 노조원 개개인의 생존권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하여 성과연봉제 강행에 반대하며 파업을 하고 있는 공공노조 및 운송노조, 이런 취지를 이해하고 이들의 파업에 대해 “불편하지만 괜찮아.”라고 응원하는 뜻있는 시민들이 있다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노조의 파업을 보면서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귀족노조 운운하면서 그들의 파업권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정부, 여당이나 이에 편승한 종편 등 일부 언론의 일방적인 “파업=불법”이라는 식의 매도를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 노동자 하나의 힘이 약하니 노동조합을 만든 것이고 한 회사의 노조로 힘이 약하니 회사별, 사업별 ‘연대’를 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노동운동의 출발이었고 노동법의 발전사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현대자동차노조는 노조원들의 임금 협상에 중점을 두고 사측과 협상을 하다가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을 벌였고 사측과의 잠정 합의안인 임금협상안(2차)이 노조원들의 투표에 의하여 가결되자 곧바로 파업을 철회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서독 정부가 전후 경제 부흥을 위하여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문호를 적극 개방한 후, 회사들은 값싼 외국인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하였고 그런 노동력은 얼마든지 더 구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서독 노동자들은 머지않아 자신들이 외국인노동자가 받는 금액을 받으면서도 일자리를 찾아 헤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을 염려하기 시작하였다. 곧 대규모 파업이 발생하였다. 그런데 그들의 구호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금지”같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지금 당장 서독 근로자와 똑같은 대우를 하라”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운동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외국인노동자를 자국노동자와 동등하게 대우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자, 기업들은 더 이상 말도 통하지 않고 생산성도 현저히 떨어지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서독 노동자들은 “외국 노동자를 우리와 같이 대우하라.”고 외치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권익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이다. 독일 노동자들의 지혜가 놀랍다.

현대자동차의 생산라인에는 같은 라인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현저히 다른 처우를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바로 눈앞에서 일하고 있다. 아직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실현은 요원한 것이다. 바로 이런 분야에서 협상력이 강한 대기업노조가 힘이 약한 자들에게 힘을 보태주어야 한다. 그래야 전체로서의 우리나라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고용안정을 통한 내수증대에 기여하고 이것이 결국 우리 경제의 힘이 될 것이다. 이런 거시적인 시각에서 현대차노조가 가령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일부 양보하면서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용하라.”고 회사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우리는 그들에게 훨씬 더 큰 지지와 성원을 보냈을 것이다.

이런 지혜롭고 착한 파업이 여기저기 일어나 우리 모두가 함께 더불어 잘 사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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