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그네타 리징 세계원자력협회 사무총장
2016년 9월 12일 오전,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강도5.8의 강진이 경주 남서지역을 강타했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은 매년 1000에서 1500건 가량 발생하는 통상적인 수준으로 그 강도는 ‘대체로 낮은 수준’정도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지진 관련 보도에 따르면, 여파로 몇몇 인명 상해 건이 있었고 다행히도 그 중 심각한 부상자는 없었으며 중대한 피해를 입은 건물도 없었다고 한다.

지진을 대비한 내진설계로 인해 이번 지진의 여파는 대체로 미미하였고 이는 물론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전 세계 448개의 원전 원자로 중 약 5분 의 1이 지진활동이 왕성한 지역에서 가동 중으로 원자로는 해당지역의 역사상 가장 강한 지진상태를 고려하여 설계가 되기 때문에 지진 발생 시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60년간의 운영경험을 기반으로 국제적으로 가장 좋은 실사례(Best Practice)를 반영하여 세계 원자력기구가 개발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3월에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난 후 연이은 후쿠시마 다이치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연관 지어 이번 한국의 지진을 생각한다면 대중들 사이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해할 만 한 일이다.

게다가 후쿠시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지진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후쿠시마원전의 원자로는 지진 이후에 매뉴얼대로 작동했다.

외부전력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자 예비 발전기가 가동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원자로의 가동이 중지된 것이다.

후쿠시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쓰나미로 인한 거대한 파도가 예비 발전기를 덮쳐 전력 공급이 끊기는 바람에 원자로 냉각기능에 장애가 생겨 일어난 것이다.

원전 운영사들은 최대지반가속도가 대지진 발생시의 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치의 일정수준에 이르면, 원자로의 가동중단 절차를 시행한다.

이때 최대지반가속도는 지진 발생 중에 지반의 흔들림 정도를 측정한 것이다.

월성 1-4호기의 경우에는 절차에 따라 지반가속도가 0.1g을 초과하면 원자로의 가동을 중지하게 되어있는데, 지진기록계에 따르면, 지반 가속도는 이보다 낮은 수준인 0.0832-0.0981g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수원은 종합적인 지진응답스펙트럼이 0.1g을 넘어섰다고 분석하여, 절차에 따라 원자로 수동정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월성 원자로에 대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고 되었으며 사실상, 지진으로 인해 원전이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사례도 없었다. 물론 최대지반가속도의 수준에 따라 원전이 가동 중지된 사례는 많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시설의 내진설계는 오차범위까지도 감안하여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한국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지난 9월 12일 지진의 최대지반가속도는 약 0.1g로 측정되었는데, 이는 한국 원전의 설계기반인 0.2g보다 매우 낮은 수치이며 역사상 여태껏 발생한 것보다 더 강한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더불어, 한국은 일본 및 미국 서해안 대지진의 원인이 되는 환태평양지진대에서 600km 넘게 떨어져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웃국가인 일본의 원자로 설계기준과 매우 다를 수 밖에 없다.

한국의 가장 신형 원자로인 APR1400은 해외수출을 염두에 두고 0.3g를 기준으로 설계하였다. 한국보다 지진이 더욱 활발한 지역에서도 적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은 지진 발생지역에서 국내 또는 국제 안전기준에 따라 설계되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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