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하늘 한가운데가 깊어져
대낮에도 은하가 강물처럼 흐르는
만항재 늦가을
저 밑 침엽수림들이
물 속처럼 어두워지는 것을 보며
바람에 손을 씻었다
은하 가운데 머뭇대던 구름 한 장
씻은 듯 사라지고
열받은 차가 하나 서 있다.
얼마나 높은데 길들이면
사람이 자신의 신열 들키지 않고
삶의 고비들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
감상) 천천히 입술을 모우고 고비, 라고 해보니 참 예쁜 말이네요 고비는. 그 고비를 넘을 때마다 몇은 쓰러지고 몇은 넘기도 전에 포기한다는데요. 고비라는 순간을 넘어서면 정말 제 이름만큼이나 예쁜 세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말이에요. 억지 같지만 고비는 저를 넘게 하려고 사이렌의 노래처럼 사람들을 부르지요, 고비 앞에 선 당신! 망설이지 말고 귀를 활짝 열고 그 노래를 따라 흘러가보실래요.(시인 최라라)
- 기자명 황동규
- 승인 2016.10.20 15:54
- 지면게재일 2016년 10월 21일 금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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