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밤 포항시 북구 환호동의 한 주택에서 이웃을 구조하다가 부상을 입은 김민환(38)씨는 “뿌듯함보다 병원비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북구 신광면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김씨는 입원해 있는 동안 돌보지 못한 가축들이 죽어나간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김 씨처럼 타인을 위해 희생한 이에게 정부가 보상해주는 제도로‘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사상자법)’이 있다.

의인에게 마땅한 보상과 지원을 함으로써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해 발 벗고 나설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 법의 취지다.

의사상자들의 희생과 피해에 걸맞은 예우와 지원을 하도록 한 이 법에 따라 ‘의사자(義死者)’의 경우 유족에게 2016년 기준 보상금 2억291만3천 원을 지급하고 의료급여와 교육보호 등의 예우를 해준다.

‘의상자(義傷者)’에게도 등급(1~9등급)에 따라 의사자 유족보상금의 5~100%를 지급하며 역시 의료급여 등이 지원된다.

그러나 경북에서는 이 법률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7년간 이 법에 따라 보상과 복지 혜택을 받은 인원은 11명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신청 건수는 15건에 불과했으며, 김씨처럼 부상을 입고 의상자로 인정된 경우는 4명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부터 ‘재신청 및 이의신청’ 제도가 생겨 전국적으로 평년보다 1.5~2배 가량 많은 의사상자 신청이 있었지만 경북도의 신청 건수는 단 2건에 불과해 경북도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사상자법은 본인 또는 유족이 먼저 의사상자 인정을 요구해야 하는 ‘신청주의’를 고수하고 있어 지자체가 나서지 않으면 사실상 인정 받기 어렵다.

신청 이후에야 시·군·구청에서 초기상담을 하도록 한 데다 이후 보건복지부 의사상자심사위원회의 최종 결정까지 신청 절차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경찰이나 소방관 등 재난 현장 최일선에 있는 공무원도 의사상자법이 낯선 건 마찬가지다.

실제 김민환 씨도 “관련 기관에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의사상자법에 대한 안내 대신 막연하고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도는 지난 2010년 ‘의사상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이듬해부터 정부가 지급하는 보상금과 별개로 특별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의사상자에 대한 예우를 확대하기로 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여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올해 특별지원금 예산으로 5천만 원을 편성하는 등 도 차원의 지원책은 마련돼 있다”며 “유인물 등을 배부해 홍보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일선 현장에서도 생소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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