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밀듯 다가오는 따뜻한 이 가을에/ 붉은 감빛 유달리 짙어만 가네.// 오늘은 저 감을 또옥 똑 따며 푸른 하늘 밑에서 살고 싶어라./ 감은 푸른 하늘 밑에 사는 열매이어니.” 신석정 시인의 ‘추과삼제(秋果三題)’중 감을 노래한 부분이다.

옛날부터 ‘감 고장 인심’이라 해서 감이 많은 고을의 인심이 순하고 후하다 했다. 감 고을 상주에 올해도 감이 잘 익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 ‘하늘 아래 첫 감나무’에도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759살이나 된다는 이 나무는 오랜 풍상에 가운데 둥치가 괴사해서 둘로 갈라져 있는 모양새다. 이 나무는 한 해 열매가 많이 열리면 그 다음해에는 적게 열리는 해갈이도 없이 해마다 나무에 5천여 개의 감이 달린다고 한다.

이 상주 감나무는 동화 ‘곶감과 호랑이’의 주인공으로 알려졌다. 호랑이가 온다고 해도 울며 보채던 아이가 ‘곶감’이란 말에 울음을 멈췄다는 그 동화 소재가 이 나무라 한다. 이 나무에는 또 “애초에 고용나무였는데 어머니 병을 고치겠다며 찾아온 ‘연지’라는 아이의 효성에 감복한 옥황상제가 하늘나라에만 있는 둥시 감나무를 접붙일 수 있도록 허락해 주고 곶감 만드는 방법까지 알려줬다. 이 감나무에서 열린 감으로 만든 곶감을 먹고 어머니의 병이 나았다”는 전설이 있다.

상주는 삼백의 고장이라 해서 3가지 흰색 특산품 쌀, 누에, 곶감이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상주곶감의 명성이 높다. 조선 시대 예종실록(1468년)에 ‘상주 곶감을 임금에게 바쳤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다. 2010년에는 곶감의 고장 상주의 상징적인 고목 감나무를 경북도와 상주시가 국립산림과학원에 의뢰해서 조사를 해 봤더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접붙여 자란 나무였다고 한다.

상주의 감들은 품질 좋은 곶감으로 만들어져 팔리지만 최근 농촌에는 감을 딸 일손마저 부족해서 그냥 나무에 달린 채 감이 짓물러질 때까지 따지 못하고 버리는 곳이 많다. 이제 ‘감 인심’이랄 것도 없이 너무 먹을 것이 흔해져서 감 맛도 옛날 같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짬 내 농촌에 감 따주러 가는 것도 좋은 일손돕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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