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감자 200그램을 세탁실로 옮깁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을 신발장 앞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다음날엔
슬픈 감자 200그램을 화장실 앞으로 옮깁니다.
거울 앞으로 옮깁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을 옷장속에 숨깁니다.
어젯밤엔
슬픈 감자 200그램을 침대 밑에 넣어두었습니다.
오늘 밤엔
슬픈 감자 200그램을 의자 밑에 숨깁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은 슬픕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은 딱딱하게 슬픕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은 알알이 슬픕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은 슬픕니다.



감상) 어제 저녁에 전어회를 먹었다 가을전어,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전어, 우리는 그것이 맛있는 이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토론을 벌였다. 이미 죽은 전어는 아무 말이 없었고 우리는 말 못하는 그것에 대해 다 아는 체 했다 그러나…… 모두 웃었지만 아무도 즐겁지 않았다(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