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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원 (주) 컬처팩토리 대표이사
여름에 중국을 다니다 보면 아직도 윗옷을 벗고 골목에 앉아 있거나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접한다. 중국을 다녀 본 사람들도 가끔은 접했을 풍경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맞이하여 중국 정부에서는 화장실 정비부터 시작하여 머리를 깨끗이 깎자, 잠옷 외출금지, 침 뱉지 말자, 고성금지 등 문명국가로 나아가자고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들의 오래된 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 것이다. 몇 년 전 중국 난징(南京)에 소재한 대형마트에 중국연극배우와 밤에 같이 갔었을 때 일이다. 젊은 부부가 잠옷 차림으로 쇼핑을 하는 것을 보고 같이 간 배우에게 물었다. “잠옷 입고 온 저 사람들 보면 넌 무슨 생각이 드느냐?”, 내가 이렇게 묻자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내게 답했다. “집이 이 근처인 모양이죠.” 나의 예상을 벗어나는 그의 너무나 간단명료한 답변에 나는 더 이상 질문도 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뒤에 알게 된 것이지만 중국인의 타인의 시선을 의식 않는 실용적인 생각과 잠옷을 착용하고 잠을 잔다는 은근한 자랑의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뮤지컬 ‘미용명가’를 합작할 때 일이었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난징(南京) 루코우(綠口)공항을 거쳐 근 5시간 만에 합작단체인 강소성정부연극단 사무실에 도착하였다. 단장이 가방을 들고 내게 “이 감독왔어? 나 지금 북경 가는데 3일 뒤에 보자”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것이었다. 중국 난징은 충칭(重京), 난창(南昌), 창샤(長沙)에 이어 중국의 4대 화로(火爐) 중에 하나로 꼽힐 정도로 여름에는 40도 가까운 폭염에 우리에게는 양쯔강(揚子江)으로도 알려진 장강(長江)이 흐르는 도시라 더위는 물론 습도 때문에 정말 후덥지근한 도시로 유명하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한국서 막 먼 길을 왔는데 단장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도망치듯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순간 나는 속으로 “참, 중국사람 예의가 없다. 자주 본 사이지만 온다고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도 안 하고… 도대체 뭐야!”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때 통역을 해주던 조선족 조감독이 내게 “섭섭하게 생각 마세요. 단장은 이 감독을 이미 손님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고 라오펑요(老朋)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는 겁니다”라면서 “중국에는 펑요우(朋友), 하오펑요우(好朋), 그리고 라오펑요가 있습니다. 즉 친구, 좋은 친구, 오랜 친구가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 감독님은 이미 오랜 친구라고 여긴다는 거죠. 그래서 굳이 다른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중국과 한국의 음주문화 중에 제일 큰 차이는 식사문화이다. 한국 같은 경우는 저녁때쯤 만나서 3차까지도 술자리가 이어지지만, 중국 같은 경우는 대개 저녁 자리에서 식사와 같이하며 끝이 난다. 대개 저녁 6시쯤 시작해서 보통 두세 시간 지속된다. 술은 주로 우리가 고량주라고 부르는 마오타이주(茅台酒), 쉐이징팡(水井坊), 우량예(五粮液)등의 바이주(白酒)를 마시는데 도수가 52도에서 56도에 이르는 독주를 마신다. 아주 시끌벅적하게 둥근 테이블에서 즐겁게 마시고 문 앞에 나가면 ‘다시 보자’라는 ‘짜이지엔(再見)’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진다. 우리는 저녁 내내 같이 있다가 헤어지는데도 길거리에서 한참이 걸리는데 그들은 모든 이야기는 식사하며 다했는데 뭐가 더 필요하냐는 문화이다. 이런 문화는 어쩜 그들이 선진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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