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새끼를 낳고 난 뒤 미역을 뜯어먹는 것을 보고 고려인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게 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산모의 상에는 다른 반찬을 여러 가지 올리지 않고 그냥 쌀밥에 미역국이 오른다. 상의 윗자리에는 흰 사기그릇에 담긴 말간 정화수 한 그릇이 더 놓여 있을 뿐이다. 산모가 먹는 미역은 잎이 넓고 길수록 좋다. 또 산모가 먹을 미역을 살 때는 값을 흥정하지 않는다. 미역 발을 꺾어서도 안된다. 값을 깎거나 꺾는 것은 태어날 아기의 운명이 깎이거나 꺾이게 한다는 기우에서다.

국내에서 미역으로 유명한 곳이 울진의 고포마을이다. 고포마을은 마을 안길을 경계로 남쪽은 행정구역이 경북 울진군 북면이고 북쪽은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로도 경계 마을이다. 이 작은 어촌 마을은 이미 조선 시대부터 질 좋은 미역 생산지로 유명했다. 울진 사람들은 자연산 돌미역 말린 것을 ‘돌곽’이라 한다. 미역이 나는 바위도 특별히 ‘미역짬’이라 부른다.

미역짬은 마을 어촌계의 공동소유로 공동샌산과 분배를 하는 협동노동을 한다. 울진 연안 어촌은 마을마다 5~8개의 미역짬을 보유하고 있다. 해마다 정월에 어촌 대표들이 ‘짬 뽑기’를 해서 짬을 나눈다. 이 미역 짬에서 생산되는 물미역을 태백산에서 동해로 부는 높새바람에다 바짝 말리면 윤기 나는 ‘울진 돌곽’이 된다. 고포마을에서 나는 미역은 스무 올을 기준으로 한 단이라 한다. 고포미역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미역보다 올이 긴 장곽(長藿)이다.

고포마을에서는 지금도 미역이 잘 생장하기를 기원하는 ‘짬고사’를 지낸다. 매년 10월 미역이 포자를 내리는 짬을 닦는 미역바위 닦기를 한다. 이 마을에서는 이 갯바위 닦기를 ‘기세닦기’라 한다. 마을 사람들이 자기 몸을 닦듯 짬을 닦고 뒤 보름날이 되면 막걸리를 빚어 좁쌀을 섞어 미역바위에 뿌리고 미역 포자가 바위에 잘 붙게 비는 것이다.

올해도 울진군 23개 어촌계의 ‘기세닦기’가 시작됐다. 울진군에서는 올해 미역 960t을 생산, 31억 원의 소득을 올렸다. 옛날부터 ‘고포미역’은 품질 좋기로 유명해서 임금에게 올리는 진상품이었다. 잘 닦인 갯바위에 올해도 미역 포자들이 잘 붙어서 풍년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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