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미역으로 유명한 곳이 울진의 고포마을이다. 고포마을은 마을 안길을 경계로 남쪽은 행정구역이 경북 울진군 북면이고 북쪽은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로도 경계 마을이다. 이 작은 어촌 마을은 이미 조선 시대부터 질 좋은 미역 생산지로 유명했다. 울진 사람들은 자연산 돌미역 말린 것을 ‘돌곽’이라 한다. 미역이 나는 바위도 특별히 ‘미역짬’이라 부른다.
미역짬은 마을 어촌계의 공동소유로 공동샌산과 분배를 하는 협동노동을 한다. 울진 연안 어촌은 마을마다 5~8개의 미역짬을 보유하고 있다. 해마다 정월에 어촌 대표들이 ‘짬 뽑기’를 해서 짬을 나눈다. 이 미역 짬에서 생산되는 물미역을 태백산에서 동해로 부는 높새바람에다 바짝 말리면 윤기 나는 ‘울진 돌곽’이 된다. 고포마을에서 나는 미역은 스무 올을 기준으로 한 단이라 한다. 고포미역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미역보다 올이 긴 장곽(長藿)이다.
고포마을에서는 지금도 미역이 잘 생장하기를 기원하는 ‘짬고사’를 지낸다. 매년 10월 미역이 포자를 내리는 짬을 닦는 미역바위 닦기를 한다. 이 마을에서는 이 갯바위 닦기를 ‘기세닦기’라 한다. 마을 사람들이 자기 몸을 닦듯 짬을 닦고 뒤 보름날이 되면 막걸리를 빚어 좁쌀을 섞어 미역바위에 뿌리고 미역 포자가 바위에 잘 붙게 비는 것이다.
올해도 울진군 23개 어촌계의 ‘기세닦기’가 시작됐다. 울진군에서는 올해 미역 960t을 생산, 31억 원의 소득을 올렸다. 옛날부터 ‘고포미역’은 품질 좋기로 유명해서 임금에게 올리는 진상품이었다. 잘 닦인 갯바위에 올해도 미역 포자들이 잘 붙어서 풍년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