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최근까지 국기를 흔들 수 있는 외교·안보 분야와 인사를 비롯해 국정 운영에 깊이 개입했다는 언론의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박 대통령이 25일 홍보와 연설 등의 분야에서 도움을 받다 청와대 시스템이 정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사실과 다름이 드러났다는 증언과 정황이 속속 보도되고 있다. 26일 한겨레신문은 박 대통령 혼자 결정하지 않고 최씨의 손을 거친다는 것과 청와대에서 최씨의 메시지를 ‘어명’으로 받아들인다는 충격적인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정농단 국기문란 차원을 넘어 봉건시대에나 있을법한 현대판 ‘섭정’ 사건이다. 국민들은 박근혜대통령을 뽑았는데 대통령의 권력행사는 최씨가 했다는 것인가.
특검을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의 불법 기금 모금 논란과 최 씨의 자금 유용 의혹 뿐 아니라 청와대 문건 유출까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공무누설죄와 국가기록물법위반죄 등 모든 법을 동원해서 최씨는 물론이고 최씨와 국가 중추부인 청와대의 업무 내용을 외부로 유출한 반국가적인 내통자의 범죄를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는 이 혼돈에서 하루속히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할 급박한 상황이 됐다. 여당이 청와대 수석 참모진과 내각의 대폭적인 인적 쇄신을 청와대에 공식 요청했다. 한 민간의 여성이 온 나라를 흔들 정도의 국정농단을 하도록 방관한 청와대 참모제도 자체가 문제다. 이번 일로 수명을 다 했다. 청와대는 참모를 바꾸는 게 아니라 참모 자체를 없애라. 청와대 기능의 대폭 축소를 말하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역시 이번일로 그 가치가 소멸됐다. 내각은 여권인사가 아닌 여야 정치권이 동의하는 중립 인사에게 책임총리를 맡기고 박 대통령은 내정에서 손을 떼고 외교국방만 전념하는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이 길만이 5천만 국민이 살아가는 집인 국가를 남은 1년여동안 이끌어 갈수 있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