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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청탁금지법에 대하여 공직사회와 언론사, 학교에서 아직까지도 논란이 많다. 법령해석은 법제처나 법원이 하여야 함에도, 관할관청인 국민권익위원회가 각각 2백여쪽이 넘는 해설집과 사례집을 발간하고, 170쪽에 달하는 공직자와 언론사 매뉴얼, 2백쪽이 넘는 학교와 학교법인 매뉴얼 등 수백쪽에 달하는 문건을 내놓고 있지만, 논란이 수그러들 기세가 없다. 더욱이 국민권익위원회는 스스로 만든 해설에 대하여 지금까지 몇 차례나 수정사항을 내놓음으로써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물론 청탁금지법이 해석상 여러 가지 법적 문제점이 있지만, 그동안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 있었던 우리나라가 사회적으로 다소 왜곡된 선물 문화를 유행시켜 왔던 것을 일부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1960년대 이후 높은 경제적 성장을 거듭하여 오면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순수한 선물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고가의 선물을 버젓이 언론광고를 통해서 홍보됨으로써 선물이 국민적 위화감 조성에 일부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공직자와 관련된 일탈행위에 대하여 법원이 보여준 온정적 판단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속상해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당초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는 공직자의 부패 비리사건에 대하여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형사법상 비리 공무원을 뇌물죄 등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판례상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검사가 변호사로부터 고급자동차와 고가의 명품가방을 선물로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랑의 정표로서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을지언정 대가성이 없어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 법적감정에 비추어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국민적 분노를 계기로 청탁금지법이 도입되었지만, 국회 입법과정에서 그 적용대상에 공직자 이외에 언론인과 학교 구성원까지 갑자기 포함시킴으로써 입법취지가 다소 퇴색된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외부강의 규정이다. 청탁금지법 제10조상 공직자 등이 외부강의를 하고자 할 경우에는 소속기관장에게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에 신고한 외부강의가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소속 기관장이 그 외부강의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소속 기관장이고, 이를 계기로 소속 기관장은 주관적이거나 자의적인 판단을 할 경우에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더욱이 기관장이 외부강의를 제한하는 명령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예약되어 있음을 이유로 강의를 한 경우에는 청탁금지법 제21조의 규정에 따라 기관장은 징계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경직된 분위기를 만들 가능성이 많다. 기관장의 자의적 판단과 기속적인 징계처분이 중첩될 경우에는 해당 당사자는 매우 곤혹스런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고, 그럼에도 소속 기관장이 이를 남용하여 징계를 하고자 할 경우에는 해당 당사자는 이에 대응할 수단과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규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학 교수의 경우에는 재임용제도와 더불어 매우 강력한 무기를 인사권자에게 주게 되는 결과가 되었다. 이 경우 직무수행을 ‘현저하게’ 또는 ‘심각하게’, ‘명백하고 중대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하였으면 좋았을 것인데, 앞으로 법원이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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