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달 26일 최순실씨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을 압수수색 했다. 이 건물은 2003년부터 최씨와 전 남편 정윤회씨, 딸 정유라씨의 주소지로 오랫동안 기록됐던 곳이다. 건물 비상계단에선 신발이 가득 쌓인 신발장이 발견됐다. 신발장에는 루이비똥황금빛 구두를 비롯해 명품 구두들이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에 따라 상징하는 신변의 물건으로 의자나 모자를 들지만 신발 또한 그 사람의 성향을 잘 나타내는 것이다. 의자나 모자가 관념적 상징성을 띠는 것이라면 신발은 훨씬 그 사람과 일체화된 경험의 총체로 다가온다. 박목월 시인은 ‘가정’이란 시에서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반./ 육문삼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네둥아.” 하고 시인, 막네 아들의 분신으로 묘사했다.

신발에는 두 가지 상반된 상징성이 있다. 반고호의 신발과 이멜다의 신발로 대비시킬 수 있다. 고호가 그린 신발 그림은 생활고에 지친 현실과 고독하고 외로운 자화상 그 자체다. 고흐는 동생 테오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한 점의 명화도 남기기 어려웠던 남루한 생이었다. 이멜다의 구두는 그가 1986년 필리핀 ‘피플파워’에 의해 하와이로 쫓겨 날 때 말라카낭궁 지하의 한 방에서 발견된 최고급 구두 2천200켤레로 기억된다. 그녀의 신발은 권력의 이면과 허영의 상징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60)이 지난 31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명품 브랜드를 두르고 나타나 공분을 샀다. 최씨는 검찰에 출두하면서 취재진과 시위대 등과 엉켜 넘어졌다. 이 와중에 최씨의 신발 한쪽이 벗겨졌고, 그의 신발 안쪽에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패러디해서 ‘최순실은 프라다를 신는다’라는 말이 나왔다. 최순실의 신발 한 짝이 국기를 흔든 사건 자체보다 더 조명을 받는 듯했다. 검찰은 사건의 본질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역사의 교훈으로 삼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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