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과 가산 사이 5개 구간 총 45.6km 순례길 개통
이곳 한티성지는 1866년 가톨릭 신자에 대한 병인박해가 시작된 이후, 한 교우촌에서 학살당한 37명의 순교자 무덤이 있는 곳이다.
칠곡군이 지난 2013년부터 ‘한티 가는 길’을 조성해 지난 9월 개통함으로써 순교자성월과 가을철을 맞아 신자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많이 다녀가고 있다.
이 길은 칠곡군 가실성당에서 성모상, 동명성당, 진남문을 거쳐 한티성지까지 총 45.6㎞, 5개 구간으로 만들어져있다.
제1구간(10.5㎞)은 ‘돌아보는 길’→제2구간(9.5㎞)은 ‘비우는 길’→ 제3구간(9.0㎞)은 ‘뉘우치는 길’→ 제4구간(8.5㎞)은 ‘용서의 길’→ 마지막 제5구간(8.1㎞)은 ‘사랑의 길’로 진남문에서 종착지인 한티성지에 있는 순교자 묘역을 돌아봄으로써 끝난다.
자연 생태 및 종교문화유적이 이어져 사색하며 쉬어가는 힐링의 길로써, 경북의 새로운 관광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티’는 큰 재(고개)라는 뜻으로 높고 깊은 산중에 형성된 교우촌으로, 묘역 표지석에 ‘이곳은 순교자들이 살고 죽고 묻힌 곳입니다’라고 적혀있다.
이곳의 방문객들은 △순교자 묘역을 참배하고 △한티마을 사람들의 석상(石像, 당시 교우촌 사람들을 연상하여 돌로 사람처럼 만들어 세어놓은 돌 무리) △신자들이 살던 옛 초가집 △피정의 집과 순례자 성당을 돌아보게 된다.
피정의 집은 순례자 180여 명이 숙박할 수 있는 숙소로 식당과 침실 60여 개가 있으며, 교우들이 미사를 볼 수 있는 성당이 별도 건립돼 있다.
피정의 집 건물 아래에 있는 넓은 잔디밭에는 나무 숲, 억새, 코스모스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둘러있어 가을의 운치를 더 높이며, 사색의 심연에 빠져들게 한다.
방문객들은 이곳 순례길 다섯 코스 중 마지막 코스인 5구간(8.1㎞)을 많이 택한다. 거리도 짧고 그 과정이 쉬워서 1일 순례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때의 가산산성(사적 216호)의 ‘진남문’에서 출발해 마을길과 국도, 마당재를 따라 걸어올라 약 1시간 30분 정도 걸으면 성지 입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성당미사를 보고 점심을 먹은 후 순교자 묘역을 참배하고 성지주변을 산책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식사나 숙소를 이용할 때는 예약을 해야 한다. 그리고 1~5구간을 다 돌아볼 때 스템프 투어 제도가 있어, 구간별 완주 도장을 찍어오면 숙박료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순례길은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 길’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에 비해 소요일수와 거리가 짧지만, 그 의미가 비슷하다. 길의 흐름이 닮았고 걷는 목적이 같다.
그리고 45.6㎞의 20시간쯤 걷는 길이지만, 자기 삶의 전반을 돌아보는 성찰의 길로 뉘우치고, 용서하며, 사랑으로 포용하면서 본래의 자기 자신을 찾는 길이기도 하다.
이 길의 주제는 ‘그대 어디로 가는가?’이다. 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왔는가, 또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사색하며,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미래를 보는 길이기도 하다.
선선한 가을바람에 억새와 코스모스가 흔들리는 한적한 산속에서 나를 고민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오는 이 길이야말로 생활이 고달플 때나 자기 다스림이 필요할 때 또 찾아오고 싶은 그런 길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