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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한 변호사
헌법을 다시 꼼꼼히 살펴보았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대통령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선서를 하고 취임했다. 다수의 국민은 대통령을 믿었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오늘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탄핵(彈劾) 보다는 대통령의 자발적 하야(下野)가 더 유용한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탄핵은 하야보다 절차가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 뜻에 따라 하야 선언을 한다면 이는 대표적인 궐위 사유이다. 만약 대통령의 하야 거부로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대통령의 직무가 즉시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있어야 비로소 탄핵이 된다. 대통령이 궐위된 때의 대응으로서 우리 헌법은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에 따른 권한 대행 규정과 60일 이내 후임자 선거 규정만 두고 있다.

그런데 일부 정치인들이 말하는 각종 시국 수습책을 보면, 과연 그들이 헌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곳곳에서 제기되는 거국중립내각은 한 마디로, 우리 헌법상 성립 가능한 제도가 아니다. 또, 뜻밖의 총리 후보를 발표하며 정부가 내 건 ‘책임총리제’는 철 지난 사탕발림이다. 총리가 책임만 지고 권한은 여전히 현재의 대통령이 행사하는 것을 우리 국민이 과연 용납할 것인가. 헌법상,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 대통령이 궐위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는 국무총리가 국정을 좌우할 수 있는 아무런 헌법적 근거가 없다.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는데 그 명을 받지 않고 나라를 이끌게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초헌법적인 발상인 것이다. 이는 정부 중요 정책의 심의를 국무회의에서 하지 않고 태블릿 PC로 한 것이 위헌인 것과 마찬가지다. 헌법 및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현재 대통령의 권한대행은 국무총리 황교안, 기획재정 유일호, 교육 이준식, 미래창조 최양희, 외교 윤병세, 통일 홍용표, 법무 김현웅, 국방 한민구, 행정자치 홍윤식, 문화체육 조윤선, 농림축산 김재수, (이하 부서 생략) 주형환, 정진엽, 조경규, 이기권, 강은희, 강호인, 김영석 장관 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나하나 찾느라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일일이 이름을 적어 보았다. 위에 이름이 적힌 사람 누군가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에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헌법상의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대통령은 국민이 신뢰하고 국회가 동의할 분을 찾아 후보로 발표한 후 신속한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 그를 국무총리로 임명하여야 한다. 총리가 임명되면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의 뜻을 좇아 곧바로 하야하고 우리는 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는 것이다. 새로운 국무총리 후보자를 발표한 것이 국정 정상화의 길이라고 주장하는 세력도 있다. 그러나 하야 약속 없이 총리 후보만 발표한 것은 나라를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국격(國格)의 급전직하와 전 세계적 조롱은 초헌법적 통치의 결과다. 따라서 그 해결책은 반드시 합헌적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갖추어야 할 것은 더욱 강력한 헌법 수호 의지이고, 지금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은 국란을 당하였을 때마다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 우리 국민뿐이다. 참으로 엄혹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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