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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정국의 돌아감이 예사롭지가 않다.

광화문 거리에서 시작된 대통령규탄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고 참가자들도 대학생에서부터 일부 사회단체와 종교계 인사, 원로 지식인, 정치인들까지 합세하고 있다. 규탄 구호도 최순실게이트 진상 규명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대통령 퇴진까지 거론되고 있다.

과연 대통령 퇴진만이 능사일까?

한반도를 둘러싼 대한민국의 현실을 직시해 보자. 오는 8일 우리의 최고 우방국인 미국의 새 대통령 선거일이다. 새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다 북한의 김정은은 남한 정부의 국정 혼란을 즐기면서 미사일 발사와 마지막 핵 개발에 여념이 없다, 국내 사드배치에 강력히 불만을 터트려온 중국 정부는 자국의 한국 관광객 수를 20%를 줄이는 정책을 내어놓고 후속으로 대 한국 경제압박을 조이고 있다.

국내의 경제 상황은 백척간두의 임계점에 와 있다. 국내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전자, 자동차, 조선, 해운, 철강 등 국가 기간산업체들이 수출 부진과 적자경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등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40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고 국내 경제지표가 되는 소매판매가(지난 9월 말 현재)는 2011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생산과 투자도 감소세로 돌아서 경제가 총체적으로 난국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대통령까지 퇴진한다면 만사가 해결될 것인가? 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여 극한투쟁의 백가쟁명식 구호를 외치지 말자. 이 국가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을 위해서도 이 혼란스런 정국을 부채질하지 말고 추수르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대해서는 이제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하는 만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도 결자해지의 자세로 이 난국의 원인 제공자로서 국민에게 최순실을 둘러싼 그동안의 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침묵만이 해결되는 상황이 아닌 것이 작금의 실정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야권에서도 정국 흔들기를 자제해야 한다. 그동안 계속되는 말 바꾸기에서 보듯 정국의 안정보다는 혼란을 부추겨 내년 대선에서 자당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술책에만 몰두하는 듯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이번 사건을 호재로 삼아 자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 퇴진’등 포퓰리즘성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박 대통령 석고대죄, 내각 구성권과 정부 운영권의 완전한 국회 이양을 하라“고 주장 한 뒤 지난 1일에는 국민의 입을 빌리는 형태로 “왜 대통령 퇴진이나 탄핵에 야당이 앞장서지 않는냐”고 국민이 질책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일에는 ‘내가 큰 결심을 할 것이다”라며 마치 자신이 과거 이란의 정치·종교 지도자 호메이니로 착각하는 듯한 언행까지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퇴진을 하면 60일 이내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하고 최순실게이트에 대통령 하야의 후유증이 소용돌이치고 대권을 둘러싼 정치권의 당내 경선과 여야의 정쟁이 휘몰아치면 앞날이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지 그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대 혼란만이 기다릴 뿐이다.

이제 야 3당도 지난 2일 박 대통령이 지명한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와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인사 청문회를 거부키로 한 당리당략적 결정을 대국적인 면모로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모든 것에 반대만 하고 있는 야권의 이런 모습을 많은 국민은 말없이 지켜 보고 있다. 떡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물만 먼저 마시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부탁하고 싶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펴면 국민은 스스로 표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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