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치어다본 하늘은
여진의 가을이다
구름들은 많아서 어디로들 흘러간다
하늘엔 가끔 말발굽 같은 것들도 보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여진의 살내음새 불어온다
가을처럼 수염이 삐죽 돋아난 사내들

가랑잎처럼 거리를 떠돌다
호롱불,
꽃잎처럼 피어나는 밤이 오면
속수무책
구름의 방향으로 흩어질 것이다
어느 여진의 창가에
밤새 쌓일 것이다
여진여진 쌓일 것이다




감상) 어떤 말은 귀나 눈보다는 가슴으로 먼저 들어온다 낯선 도시를 지나다 이정표를 읽을 때 잠시 차를 멈추고 그 이름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질 때 있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그렇게 해보지 못했다 그 속으로 들어갔을 때 알게 될 실망감 때문이 아니라 영원히 그 안에서 안 나오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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