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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안전’이라는 정책을 소홀하게 취급하여 왔다. ‘설마’, ‘빨리빨리’라고 하는 두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안전’이라는 이슈를 국가정책 과정에서 뒷순위로 밀어냈다. 이런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이중위험사회’ 또는 ‘안전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갖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서해 훼리호 침몰(1993년, 292명 사망), 성수대교 붕괴사고(1994년, 32명 사망),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년, 502명 사망), 인천호프집 화재사고(1999년, 57명 사망), 상주 MBC 가요콘서트 사고(2005년, 11명 사망), 경주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2014년, 10명 사망), 세월호 참사(2014년, 300 여 명 사망), 메르스 사태(2015년, 38명 사망) 등과 같은 사회적 재난은 대한민국의 후진적 위기관리를 여실히 들어내는 사건들이다.

과연 우리 정부는 최근 발생한 대형재난사고들을 통해서 나타난 교훈을 기반으로 효과적으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가 ? 그에 대한 답은 ‘아니다’이다. 이미 발생한 사고로부터 사회적 학습을 통하여 위기관리의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기서는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발생한 위기사례에서 나타난 교훈을 중심으로 위기관리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초동대응의 중요성이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초동대응의 실패로 아까운 생명의 구조에 실패했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을 빨리 공개해서 초동대응을 제대로 했다면 그렇게 쉽게 빨리 전파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초동대응(골든 타임)이 중요하다. 정부는 재난 ‘현장’ 중심의 초동대응을 중시하는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분석을 토대로 국민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와 행동수칙을 빠르고 일관성 있게 제공하여야 한다. 공개해서는 절대 안 되는 국가기밀 이외의 정보는 국민에게 솔직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참여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는 민주사회의 정책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의 요소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중요한 기제가 될 수도 있다.

둘째, 세월호 참사 시 선장은 승객을 버리고 먼저 도주했다. 메르스 사태 시 공무원들은 우왕좌왕하면서 조기 수습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빠른 시일 내에 국민들로부터 정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계층 간의 불신이 높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필요한 위험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평상시에 사회 각 부분에서 다양한 정책을 통해서 정부에 대한 신뢰를 증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뢰는 국가위기관리에 있어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다.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셋째, 효율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민간부문의 참여를 촉진시켜 지역사회의 총제적인 위기관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즉 정부주도형 위기관리 시스템이 아닌 성숙한 안전문화의식을 정착시키고, 자율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 국가 전체적인 협력적 위기관리 시스템이 중요하다. 아울러, 과거 위기대응 사례의 평가를 통한 피드백을 상시 실시하여, 교훈을 얻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과거의 위기 상황과 동일한 사례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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