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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일 포항좋은의사들 안과 원장

학업·컴퓨터·스마트폰 사용 등 근거리 작업이 많아진 현대 청소년들의 눈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최근 유명 의학저널인 ‘네이처’지에서 극동권 아시아(한국·홍콩·대만·싱가폴)의 근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근시에는 크게 각막과 수정체의 만곡정도(곡률)에 의한 ‘굴절성 근시’와 안구길이(안축장)에 의한 ‘축성근시’가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의 장시간 사용은 망막에 맺히는 사물의 상을 뿌옇게 하여(defocus) 안구길이가 길어지는 ‘축성근시’를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의 의료 패러다임은 근시가 생긴 환자에게 안경을 착용시키거나 굴절수술(라식·라섹·안내렌즈삽입술)을 통해 비정상적인 굴절상태를 교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의 최신 의료는 근시 예방 및 진행 억제를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근시가 안과영역에서는 ‘만병의 근원’으로 녹내장·망막박리·근시성 황반변성 등 각종 위중한 질환들의 공통적인 위험인자이기 때문입니다.

근시진행 억제 및 예방법의 대표적인 예로는 수면시 각막에 교정용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드림렌즈’가 있습니다.

주로 학령기 아동 및 청소년에게 사용하게 되고, 적어도 40~70%의 환자에서 장기간 근시진행 억제의 효과를 보입니다.

또한 매일 착용할 경우 안경없이도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시력을 갖게하는 경우가 많아 ‘드림’렌즈라는 별명 또한 생겼습니다.

근시 예방의 다른 신기술로는 ‘시기능훈련’이 있습니다.

뉴욕주립대 Jeffrey Cooper 박사가 고안하고, 하버드 의대 David G. Hunter 교수가 추천하는 Vision Therapy System은 현재 미국의 많은 안과의사들이 소아 환아에게 처방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주 3~5회 시행하는 시기능훈련은 1회 30분가량 컴퓨터 및 보조장비를 이용해 이뤄집니다.

이는 간단히 눈 ‘근육훈련’(fitness training)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마치 자전거 타는 법을 한번 배우면 이후 까먹지 않듯이 6개의 눈근육이 조화롭게 움직이는 방법과 근력을 훈련시켜줘 안정피로(eyestrain) 감소에 큰 도움을 줍니다.

특히 집중력 향상·사시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며, 근시진행 억제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근거리 작업이 많은 한국 청소년 집단에서 43.7%가 양안시기능장애(35.4%·외사위 및 눈모음장애) 또는 조절이상(8.3%)을 보인다고 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시기능 또는 눈모음의 장애가 아이의 집중력과 학업능력의 저하로 이어지는 것을 알고 조기에 ‘시기능훈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드릴 근시 억제방법은 ‘안약점안법’입니다.

2015년 미국안과학회에서 싱가폴의 Donald Tan 박사팀은 0.01% 아트로핀 안약을 매일 점안하는 것이 근시진행 억제에 주목할만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는 기존의 고농도 아트로핀(0.1~0.5%) 점안에 비해 동공확장 및 중단시 부작용(반동현상)이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넓은 범위의 초기 근시 환아에게 각광받는 치료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스마트기기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유비퀴터스’ 문화는 과도한 근거리 작업과 소아 근시의 폭발적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이미 발생한 근시를 안경이나 굴절수술로 교정하는 기존의 방식 외에도, 드림렌즈, 시기능훈련, 근시억제안약을 통한 신기술이 도입되어 지역사회 소아근시를 예방할 길이 열린 것은 의료진과 환자 및 보호자에게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라 하겠습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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