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화신’ ‘쇼핑왕 루이’ ‘공항가는 길’ 저지대 접전

수목극 삼국지가 치열하다. 시청률 1~2% 싸움이 눈물겹다.

셋 다 완성도가 나쁘지 않다. 저마다 충성을 맹세한 단단한 팬층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셋 다 저지대에서 박빙이다. 시청률 10% 전후의 경쟁이다.

SBS TV ‘질투의 화신’, MBC TV ‘쇼핑왕 루이’, KBS 2TV ‘공항가는 길’.

대진표가 막강해서일 수도 있지만, 세 작품 모두 ‘5%의 아쉬운 결함’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 그 5%의 아쉬움은 ‘보편성’이라는, 지상파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

세 드라마 모두 이번주 종영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가 될까.



◇ 웃고 싶은데 진지해져 버렸네…‘질투의 화신’

‘질투의 화신’은 발칙한 B급 코미디가 주 무기였으나 뒤로 가면서 코미디에서 힘을 잃어버렸다. 조정석의 압도적인 연기, 공효진의 능수능란한 연기는 일품이지만 웃고 싶은데 진지해져 버리니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질투라는 감정에 활활 타오르는 청춘남녀의 우스꽝스럽지만, 절박한 상황들이 폭소를 자아내왔는데, 삼각관계가 길어지면서 후반부에는 웃음 대신 질척대는 감정들이 드라마를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

‘19금’ 멜로의 감성, 치사한 밀당과 질투로 범벅이 된 남녀상열지사가 세밀하게 그려지며 톡 쏘는 새로운 매력을 발휘해왔지만, 뒤로 가면서는 애절한 멜로가 정색하고 펼쳐지면서 맥이 탁 풀려버린 느낌이다. 시청률이 하향세를 그리다 경쟁작인 ‘쇼핑왕 루이’에 덜미가 잡힌 것도 이 때문.



그러다보니 왜 이 드라마를 무려 24부로 설정했을까 싶을 정도. 짧고 굵게 치고 빠졌다면 깔끔한 여운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든다.

초반 이 드라마의 핵폭탄 웃음 코드였던, ‘유방암 걸린 마초’는 이제 절절한 슬픔의 코드로 바뀌었다. 종영까지 2회가 남았다.

◇ 스피드가 필요해…‘쇼핑왕 루이’

근래 보기 드물게 착하고 맑은 드라마 ‘쇼핑왕 루이’는 순수하고 따뜻한 동화 같은 이야기로 시청률 10%를 사냥한 것이 기특한 드라마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힐링이 된다”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반응이 쇄도하고 있는데, 귀엽고 발랄한 코미디도 방점을 찍으며 큰 웃음을 선사한다. 신인 작가의 재기발랄함에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 드라마, 너무 느리다. 느려터졌다. 동화를 표방해서인지 초등학교 1학년생의 걸음걸이 속도를 좇는다. 성인을 위한 동화이면 성인의 걸음걸이 속도에 맞춰야하는데 천천히 돌아가는 오르골처럼 마냥 안단테로 걸어간다.

조금만 더 빠르고, 조금만 더 왁자지껄하게 상황을 만들어가면 더 재미가 있을텐데, 이 드라마는 급한 게 없다. 서정적인 시가 아닌데 곳곳에 여백을 두고 천천히 가니 시청자가 대신 뛰어나가고 싶은 조바심이 난다.

전개가 느린 것도 아니다. 이야기의 전개가 아니라, 장면 장면이 느리다. 순수하고 순박한 감성은 끼끗하고 포근하게 전달되고, 만화적 상상력과 웃음 짓게 하는 깜찍한 패러디들이 무릎을 탁 치게 하지만 쉼표가 길다.

러닝머신의 속도를 올리면 서인국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남지현의 사랑스러움이 더 빛을 발할텐데 아쉽다. 종영까지 3회가 남았다.



◇ 불륜의 정당화…‘공항가는 길’

‘공항가는 길’은 매 장면 한폭의 가을 수채화다. 미장센에 대한 연출진의 고민과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화면은 여백의 미를 살리고,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수채화의 매력을 뿜어낸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결정적인 약점은 불륜의 정당화다. 미화도 아닌, 정당화. 안방극장에 차고 넘치는 불륜 드라마에서 가장 쉬운 등급은 악독한 배우자로 인한 불륜인데 ‘공항가는 길’이 딱 그렇다.



남녀 주인공 최수아(김하늘 분)와 서도우(이상윤)는 누가 봐도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들이 멋지고 따뜻한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어찌보면 굉장히 자연스럽고, 이해가 가는 상황이 된다.

최수아의 남편은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은 ‘개차반’이고, 서도우의 아내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무서운 여자다. 드라마는 주인공 배우자들의 악행을 부각하면서 ‘변명거리’를 많이 찾았다.

그러다보니 가을 하늘처럼 청아하고 맑은 최수아와 따뜻하고 품이 너른 서도우의 불륜을 시청자가 응원하게 됐다. 가을이라는 계절에 맞는 감성 멜로에, 선남선녀의 가슴 설레게 하는 연애가 펼쳐지니 채널을 고정하고 응원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 둘은 유부녀, 유부남이고 심지어 최수아는 엄마이기도 하다. 종영까지 2회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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