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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일 영남대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은 여러 가지 면에서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는 법이다. 법이라는 것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법이라도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지만, 이 법은 좀 유별나다. 

첫째, 법률의 명칭이다. 이른바 김영란법이라고 하여 사람 이름이 붙어있는 법이다.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으로 발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 이름이 속칭으로 붙어 있는 법은 피해자이거나 희생자인 경우가 많은데, 이 법은 그렇지 않은 점에서 특별하다. 그래서 김영란이라는 이름이 유명세를 타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인지 청탁금지법으로 약칭하고 있다. 

둘째, 일상적인 행위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한다는 점이다. 법은 법률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특정한 행위를 위반한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에 해당하는 범법행위를 하지 않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청탁이라는 것은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흔히 부탁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이다. 종래까지는 청탁하면서 금품이나 향응을 주는 경우에만 형사법으로 문제가 되었지만, 이제는 부탁만 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게 되었다. 오지랖 넓은 사람이 하는 조그만 행위가 이제는 부러움이나 칭찬이 아니라 청탁금지법의 처벌 대상이 되게 되었다. 

셋째, 양벌규정이다. 단체의 구성원이 청탁금지법상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처벌하는 외에 그 단체에도 벌금 또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제24조). 대학의 교직원이나 언론사의 기자 등이 청탁금지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면, 대학이나 언론사도 함께 벌금 등을 물게 되었다. 종전까지 뇌물죄 등으로 교직원이나 기자 등 구성원이 처벌을 받더라도 그 해당되는 사람만 처벌을 받았을 뿐 조직이나 단체에는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이제는 단체가 함께 처벌받게 되었기 때문에, 단체로서도 구성원이 직무 행위 이외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청탁금지법이 직원사찰법이 되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제24조 단서)고 함으로써 면책규정을 두고 있다. 대학이나 언론사로서는 이 면책규정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은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규정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단체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 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단체가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면책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단체가 구성원에게 준법교육을 실시하였는지, 위반행위를 예상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거나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었는지, 그러한 필요가 있었다면 단체가 그와 같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였는지 여부 등을 따져서 면책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단체가 다른 단체의 추진 상황을 봐가면서 대처한다고 청탁금지법의 교육조차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관련 단체는 구성원의 잘못으로 인한 양벌규정의 피해로부터 단체가 회피할 수 있는 적절한 대응책이 될 수 있는 청탁금지법 교육 및 서약서 징구, 윤리강령 제정, 청탁방지담당관 지정, 청렴자문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외부강의 신고제도와 그 절차 등을 하루빨리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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