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통영에 가서야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무릎이 아주 차갑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비린 것을 먹지 못하는 당신 손을 잡고 시장을 세 바퀴나 돌다보면 살 만해지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내 습관이나 황도를 백도라고 말하는 당신의 착각도 조금 누그러들었다 

우리는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주었고 끝물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입술부터 팔꿈치까지 과즙을 뚝뚝 흘리며 물복숭아를 먹는 당신, 나는 그 축농(蓄膿) 같은 장면을 넘기면서 우리가 같이 보낸 절기들을 줄줄 외워 보았다




감상)새로운 장소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한다 늘 보던 사람도 새로운 장소에서 만나면 새롭고 낯설다 새로운 장소는 보이지 않던 사람을 보이게 한다 그래서 우리에겐 여행이라는 환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환절기처럼 우리를 뜨겁게 혹은 들뜨게 해줄 것이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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