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대구 시내 2·28공원에서 열린 시국대회에서 교복을 입은 한 여고생의 시국 선언 동영상이 수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여고생은 연단에 올라 “역사책을 읽으며 모의고사를 준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라고 스스로 소개한 뒤 “지금의 부당하고 처참한 현실을 보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살아 있는 역사책 속에 나오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학생은 최순실 사건의 근원이자 본질이 대통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 교수부터 종교지도자,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교 학생에 이르기까지 단체와 연령도 구분이 없다.

국가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큰 혼란에 처했을 때 지식인이나 종교인 등이 자신의 견해를 표명,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을 ‘시국선언’이라 한다. 우리나라 현대사에 시국선언은 고비마다 새로운 역사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1960년 4월 5일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유명하다. 4·19의거 당시 무고한 학생들이 희생되자 대학교 수 258명이 계엄령으로 집회가 금지된 상황에서 서울대에 모여 시국선언을 했다.

“4·19 참사는 우리 학생운동 사상 최대의 비극이요, 이 나라 정치적 위기를 초래한 중대 사태다. 이에 대한 철저한 반성 없이는 이 민족의 불행한 운명은 도저히 만회할 길이 없다”고 외쳤다. 또한 3·15 선거를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한 다음날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했다.

시국선언은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있었다. 민주화의 열망이 담긴 시국선언이었다. 1987년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 조치에 반발한 교수와 사회단체의 시국선언은 6월 항쟁으로 이어져 민주화의 전기를 마련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시국선언이 전국에서 번지고 있다. 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재단이사장을 역임한 영남대학교의 교수 170여 명이 “박 대통령은 통치 능력을 상실했고, 국가 위기를 관리해야 할 대통령이 국가 위기 자체가 됐다” 는 시국선언을 했다. 누구나 꾸중하기는 쉽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은 자신의 유불리를 떠나 국가를 위한 애국적 대안 제시가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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