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 개표 드라마…최대 격전지 플로리다 등 주요 경합주 승리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 ‘아웃사이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꺾는 대이변을 연출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흐름이다. 말 그대로 파란이다.

전날까지 나온 각종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은 트럼프에 1∼6%포인트 앞섰고,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를 비롯해 주요 경합지에서도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며 상승세를 탄 것으로 나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일 기준으로 클린턴의 당선 확률을 84%로 점쳤고,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방송 등 다른 주요 언론도 클린턴의 승리를 전망했다.

하지만 개표가 시작되는 순간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트럼프는 처음 개표가 시작된 강세지역 인디애나와 켄터키는 물론이고 최대 격전지 플로리다를 포함해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역대로 1960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이 지역 승자가 모두 백악관의 주인이 돼 ‘대선 풍향계’로 통하는 오하이오에서도 초반부터 5% 안팎의 득표율 차로 앞서갔다.

승패의 열쇠를 쥔 이들 동부지역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우세를 보이면서 미국판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 탈퇴)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개표가 10%, 20% 진행되면서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클린턴이 역전하면서 대세가 바뀌는듯했으나, 또다시 트럼프가 앞서나가는 등 시시각각 순위가 바뀌는 엎치락 뒤치락의 초접전 양상이 펼쳐졌다.

반전에 반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 편의 개표 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하지만 개표 중후반으로 가면서 트럼프는 소폭의 우위를 지켜 결국 대부분 경합주에서 승리를 낚았다.

플로리다의 경우 87% 개표 시점까지 두 사람이 똑같이 48.5%의 득표율을 보였으나 이후 1%포인트 이상 벌어진 차이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고 트럼프는 97% 개표 상황에서 49.1%를 기록하며 47.7%를 얻은 클린턴을 누르고 승리를 확정 지었다.

트럼프는 같은 방식으로 오하이오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연이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클린턴은 이들 3개 지역과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를 포함한 5대 승부처 가운데 현재까지 버지니아 한 곳만 건졌을 뿐이다. 펜실베이니아주 역시 96% 개표 상황에서 48.6%대 47.8%로 트럼프가 앞서고 있다.

클린턴이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곳이자 55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대형주 캘리포니아에서 승리하면서 막판 추격전을 벌이고 있으나 막판 역전극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양측이 지금까지 확보한 선거인단은 트럼프 244명, 클린턴 215명이다. 전체 538명 가운데 270명을 확보하는 쪽이 승리한다.

트럼프가 이처럼 대선전을 하는 데는 선거 막판에 대선판을 강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가 클린턴의 발목을 잡은 데다가 그의 열성 지지층, 특히 ‘러스트벨트’(낙후된 중서부 제조업지대)의 백인 중산층 노동자들이 막판 대결집을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각종 여론조사는 물론 외부에 자신의 트럼프 지지 의사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은 ‘샤이 트럼프’, 이른바 숨은 표가 대거 투표장으로 나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트럼피즘’으로 집약된 성난 유권자들의 변화와 개혁 열망이 트럼프 지지표로 대거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CNN 방송의 출구조사 결과 대통령 선택의 기준과 관련해 응답 유권자의 38%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인가를 보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풍부한 경험’과 ‘판단력’은 각각 22%, ‘나에 대한 관심’은 15%로 각각 나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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