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미터쯤 떨어져서
안전한 간격을 두고 신중하게
따라오던 하얀 승용차
넥타이 매고 안경 쓴
점잖은 운전자
너무 호감이 가서
후사경으로 번호판 돌아보다가
어이쿠 외칠 사이도 없이
가드레일을 긁으면서
나는 급정거 했다 내 차를
살짝 비켜서 능숙한 운전솜씨로
우측 깜빡이등을 켜고
하얀 운전자는 내 곁을 지나갔다
뒤돌아보지도 않고
사라져버린 하얀 승용차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감상) 그날, 횡단보도를 건널 때 내 손등을 스쳐간 알 수 없는 손. 인파속으로 금방 사라져버린 그 손. 빨간불이 될 때까지 그날 나는 그 자리에 굳어 있었지. 다시는 그 손 만날 수 없었지만 그곳을 지날 때마다 가슴은 두근거리지. 어떤 날은 자꾸만 그 횡단보도를 서성거리곤 하지.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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