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호순 병원장

뇌섹남: 1.(신조어)‘뇌가 섹시한 남자’를 줄여 이르는 말 2.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유머가 있고 지적인 매력이 있는 남자를 가리킨다. 결국, 뇌섹남이 되려면 뇌가 건강해야 한다. 신체적으로는 어깨 떡 벌어지고 얼굴 갸름하며 큰 키에 부리부리한 눈동자, 게다가 우뚝 솟은 콧날, 울퉁불퉁 근육들, 날렵한 허리와 튼튼한 종아리…그런 모습들이 바로 신체적 미남의 조건일 것이다. 그러나 뇌가 건강한 미남은 어떤 모습일까?

뇌는 너무나 많은 일을 하는데 뇌가 하는 일들을 뇌의 영역으로 나누어서 그 비례대로 모양을 그려 놓으면 신체 미남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모습을 나타낼 것이 분명 하다.

우선 뇌의 앞부분을 ‘전두엽’이라고 하는데 여기는 운동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전두엽의 운동을 담당하는 부위에 세밀한 전기 자극을 주어 우리 몸의 운동 반응을 관찰해 보면, 그 기능의 면적이 신체적인 면적과는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엄지손가락만 해도 그 운동을 담당하는 부위가 새끼발가락을 담당하는 부위보다는 면적이 몇 배는 넓다. 그도 그럴 것이 엄지손가락이 하는 역할이 새끼발가락보다는 몇 배나 더 정밀하고 많은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혀와 입술의 운동량과 그 정밀함을 생각해 보면 허벅지나 엉덩이보다는 더 많은 면적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뇌의 중간 부분을 ‘두정엽’이라 부른다. 이 두정엽의 일부는 신체 감각을 주로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역시 뇌의 두정엽에서 감각을 담당하는 부위의 면적은 신체적인 면적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선 입술이나 혀가 가진 감각의 민감도는 무릎이나 어깨가 가진 민감도에 비할 수 없다. 만약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끼어 있으면 그 성가심이 발바닥에 두꺼운 양말을 신고 불편한 것 이상으로 민감하고 예민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혀의 민감도는 또 어떤가? 말을 하면서 음식을 먹고, 음식 속에 들어 있는 생선 가시를 발라내고 그러면서 물도 마셔야 하는 복잡하고 정밀한 일들을 혀는 척척해 낸다. 그래서 뇌에서 입술과 혀, 눈, 코, 귀, 안면과 손가락들이 차지하는 면적이 종아리나 발이나 어깨나 가슴들이 차지하는 면적보다 더 넓을 수밖에 없다. 

 


건강한 뇌에 주어진 이런 운동 능력과 감각 능력을 제대로 환산하여 그 비율대로 사람의 모습처럼 그려 본다면, 아마 이 그림처럼 생기게 될 것이다. 어떤가? 뇌섹남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기대하는 신체적 미남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 그러나 이 모습이 바로 ‘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유머가 있고 지적인 매력이 있는 남자, 건강한 뇌 기능을 가진 뇌섹남’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 인간의 본연의 모습일 수도 있다.

뇌가 건강한 사람은 옳은 말을 제대로 정확하게 잘 표현할 수 있고 귀를 활짝 열고 남의 말을 잘 새겨들으며, 두 눈을 정확히 뜨고 정의로운 것과 정의롭지 못한 것을 제대로 구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두 손을 열심히 놀려 많은 중요한 것들을 이루어 내는 그런 지혜를 가진 사람이 바로 뇌가 건강한 사람이고 바로 뇌섹남일 것이다.

눈이 좀 작다고, 키가 작다고, 근육질이 아니어서, 혹은 어깨가 떡 벌어지지 않았다고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는 그런 것에 대한 열등감은 깨끗이 지워버려도 된다. 뇌가 건강한 사람이 진짜 건강한 사람이고 진짜 뇌섹남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곽호순 병원장
조현석 기자 cho@kyongbuk.com

디지털국장입니다. 인터넷신문과 영상뉴스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제보 010-5811-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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