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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성일 행정사회부 부국장
광화문에 밀려든 민심의 강물은 깊었고 평화의 물결은 위대했다. 촛불은 그 무엇보다도 강한 침묵의 메시지였다. 이제 그 메시지에 청와대가 답할 차례다.

지금 대한민국은 거대한 분노의 안개에 휩싸여 있다. 대통령과 그를 이용한 여인에게 농락당한 ‘분노’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광화문에 모인 촛불의 ‘맨 파워’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분노는 거대한 물결이 됐다

이른 아침, 문밖을 나서면 ‘분노의 안개’가 마치 적군처럼 사방을 포위하고 있다.

‘거대한 분노의 터널’에 갇힌 형국이다. 안갯속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듯이, 우리는 길을 잃어가고 있다.

분노는 또 다른 분노의 안개를 쉼 없이 뿜어 대 시야를 더욱 흐리게 한다.

안갯속에서는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분노하는 자’와 ‘비난받는 자’ 모두가 안개에 갇혀 있긴 마찬가지다.

행위를 감추거나 그 행위를 비난한다고 안개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곳을 재빨리 벗어나거나 아니면 안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안갯속에서 다투기보다 해결책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분노하고 분노케 하는 주체 모두가 어쩔 수 없는 공동체 운명이라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분노의 화살이 부메랑이 되지 않기 위해 섣부른 용서는 금물이다. 확실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 분노 재확산을 막는 확실한 해결책이다. 어렵겠지만 ‘처벌’은 하되 ‘분노’는 하지 말자, 자칫 분노가 길을 잃게 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이 형국을 근본적인 해결책 찾기보단 내년 대선정국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정치인들에게 제발 속지 말자.

지금 정치권에선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분노에 편승해 정치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뻔한 정권욕을 내보이고 있다. 또 한편에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자리에만 연연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들은 이 상황을 위기로 보지 않고 마치 고기가 물을 만난 듯 즐기고 있거나 이 상황이 빨리 다른 현안에 묻히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분노하는 동안 안개 밖의 세상은 우리를 조롱하거나 우리 영역을 넘볼지도 모를 일이다.

외국 언론들은 우리 정치 현실을 희화화하고 조롱하고 있다.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또다시 남에게 멸시당하고 지배를 당하는 슬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문제는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의 자질’에 있다.

개인의 영욕도 조직의 흥망도 결국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대한민국 혼란 수습도 결국 사람이 풀어야 할 일이다. 지금 가장 필요한 덕목은 헌신과 봉사로 매진할 인품이 절실히 요구된다 .

겨울의 길목에 들어선 숲 속에 내리는 비는 마지막 잎새에게 속삭인다.

혹여 내리는 비의 무게가 잎새의 떠남을 강요하고 재촉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조심스럽다. 그래서 빗방울은 잎을 스치듯 연신 굴러내린다.

숲 속에 내리는 비는 마지막 잎새를 결코 위협하지 않는다. 순리를 기다릴 뿐이다. 슬기롭게 안개 정국을 헤쳐나갈 혜안이 요구되는 골든타임이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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