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주생 경북남부보훈지청장
평소 절친이 업무와 관련없이 선의로 나의 옷 값 90만원을 대신 내주었다면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일까 아닐까?

요즘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청탁금지법’일 것이다. 이 법은 2012년 제안된 이후 2016년 9월 28일에 시행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논란을 겪었다.

그 논란만큼이나 우리 사회는 스폰서, 떡값, 전별금 등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됐고 온정주의, 연고주의로 인해 청탁과 접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것이 관행화되었다. 이러한 관행에 젖어 있던 기득권층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건전한 미풍양속을 해치며 바람직한 인과관계 형성을 과도하게 방해한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은 대한민국을 부정부패 없는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로 인도할 것이고 이미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로 장차 도움 받을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보험형태로 은밀하게 제공하던 접대문화의 근절로 투명한 사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청탁금지법 적용대상도 중앙 및 지자체, 공공기관 및 각급 학교, 언론사·사립학교·사립유치원 등 총 4만919개 기관에 이른다. 이러한 공공기관의 임직원과 그 배우자, 그리고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금품 등을 제공하는 자가 포함되므로 사실상 모든 국민이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뿌리깊고 고질적인 접대문화의 근절을 위한 문화적 구조 변화를 가져 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두 번째로 떼법의 청산이다. 각종 인허가, 포상 등에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사자가 직접 찾아가 청탁하는 경우와 제3자를 통해 청탁하는 경우도 부정청탁에 해당된다. 따라서, 정당한 행정처분에 대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반복적으로 해결을 요구하거나 청탁하는 떼법이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세 번째로 건전한 소비 및 접대 문화 정착이다. 직무와 관련하여 일정한 범위 안의 사교, 의례 등 목적으로 제공하는 3만원 이하의 식사, 5만원 이하의 선물, 10만원 이하의 경조사비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향응과 금품수수를 금지된다. 그 여파로 농축산업의 위축이 우려되는 점도 있으나 유통단계의 혁신과 가성비 높은 식품 개발로 저변 확대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요식업계에서는 김영란세트가 개발되고, 접대비용의 거품이 빠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네 번째로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금품수수, 호화 접대, 부정한 청탁 등을 받고 업무를 처리하는 공직사회의 부패가 사라짐으로 인해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제고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다산 선생의 ‘목민심서’를 보면 청백리의 기준을 크게 세 등급으로 나누어 놨다. 봉록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남는 것은 반납하는 자는 상급, 명분이 바른 것만 받는 자는 중급, 선례가 있는 것까지는 받되 직권을 이용한 부정은 않는 자는 하급. 이중에서 ‘하급’ 만이라도 제대로 지켰다면 굳이 당연한 걸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법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겠느냐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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