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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준수 사회부 차장
대구 중구 인교동에는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1938년 3월 세운 삼성상회(三星商會) 터가 있다. 공원처럼 잘 꾸며놨다. 2000년 삼성상용차가 성서공단에서 철수한 이후 대구와 삼성이 다소 멀어졌는데, 김범일 당시 대구시장이 끈질기게 삼성에 구애한 끝에 마련한 관계복원의 상징이다.

내년 3월 옛 제일모직 부지에 문을 여는 창조경제단지 내 삼성존에서는 삼성그룹의 탄생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창업기념관을 비롯해 이 회장의 집무실 등으로 꾸민 삼성상회가 복원된다. 삼성의 발원지가 대구이고, 대구가 삼성을 키운 도시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병철 회장의 네 딸 중 막내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은 지난달 25일 대구 엑스코에서 마련한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대구는 신세계에게 의미 있는 곳”이라는 말로 대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12월 15일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내에 신세계백화점의 문을 여는 (주)신세계 동대구복합환승센터는 2012년 대구에 본사를 두는 ‘현지 법인’을 차렸다. 외지 유통기업의 자본유출 등 부정적 인식을 없애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이 아니라 ‘대구신세계백화점’으로 명칭을 바꾼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책임자의 위치도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장’에서 ‘대구신세계백화점 대표이사’로 바뀐다.

부산과 전남 광양시가 일부 대형유통업체들의 지역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현지 법인화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 신세계의 스탠스는 고무적인 편이다.

대구신세계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대구시마저도 교통체계개편과 대중교통 이용 당부 등을 제외하면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백화점 문을 열면 교통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 공사불편과 교통체증을 참아준 시민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는 만큼 아픔을 나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백화점 운영에서도 지역 세수 증대뿐만 아니라 지역 업체 입점과 지역 상품 납품을 늘리는 등의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역 농가와 중소기업 판로 확대에 적극적인 광주 신세계의 노력이 교훈이 될 것이다.

삼성을 낳은 대구에 진정성 있는 애착과 책임감으로 다가가 공감을 이끈다면 ‘뉴(NEW) 삼성상회’라는 의미 있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대구시민들은 매년 거머쥐던 우승컵 대신 10개 구단 중 9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둔 삼성라이온즈에게 야유 대신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대구의 관문 자리에다 명품 도로인 동대구로 등 유리한 조건을 모두 신세계에 내준 대구와 대구시민들의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대구신세계가 곱씹어볼 대목이 가득 담겨 있을 것이다.

배준수 사회부 차장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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