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문제가 나들이 갔다가 어느 다리에 이르렀을 때 다리 밑에서 갑자기 한 사내가 뛰어나왔다. 그 바람에 말이 놀라 뛰어서 왕이 탄 수레가 몹시 흔들렸다. 호위병이 그 사내를 잡아 사법장관 장석지 앞에 끌고 갔다. 사내는 "저는 시골서 막 올라온 사람입니다. 임금님이 지나가신다는 말에 놀라 다리 밑에 몸을 숨겼습니다. 한참이 지나 행차가 지나갔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왔더니 임금의 수레가 눈앞에 보여 겁이나 달려 나갔습니다"라고 했다.

심문을 마친 장석지는 그를 가벼운 벌금형에 처했다. 이를 본 문제가 화가 나서 말했다. "가벼운 형벌이라니, 다행히 말이 순해서 망정이지 사나운 말이었다면 짐이 크게 다쳤을지도 마르는데…" 그러나 장석지는 "폐하, 저는 법대로 다스렸을 뿐입니다. 천자라 해도 법이란 공공의 것으로 평등하게 지켜야만 합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백성들의 풍기가 문란해 나라 기강이 흐트러지자 왕이 "누구를 막론하고 풍기를 어지럽히는 자는 두 눈을 뽑을 것"이라 명했다. 나라의 질서가 차츰 잡혀가던 어느 날 왕세자가 풍기를 문란케 한 행동을 저질렀다. 대로한 왕이 왕세자를 불러오게 한 뒤 "아무리 세자라 해도 국법을 어긴 이상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세자의 눈을 뽑으라" 명령을 내렸다. 단 하나 뿐인 세자이니 가혹한 형벌을 거둬 주기를 간청한다는 신하에게 왕은 "일단 한번 정한 법은 누구나 다 지켜야 한다. 세자라 해서 특별히 용서 한다면 누가 법을 지키겠느냐"라며 세자의 눈을 뽑게 했다. 형 집행관이 한쪽 눈을 뽑은 후 다른 한쪽 눈을 뽑으려 하자 왕은 "법대로 두 눈을 뽑아야 하지만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 왕이 두 눈이 없어서야 되겠느냐. 대신 내 눈 하나를 뽑겠다" 했다. 그리고는 칼을 뽑아 자신의 눈을 찔렀다. 법 적용 형평성의 준엄함을 강조한 이야기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조사를 앞두고 있다. 검찰이 우병우 전 민정 수석을 소환하면서 ‘황제조사’에 ‘늑장’ 압수수색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12일 서울에서 100만 군중이 분노의 촛불을 들었다. 검찰은 대통령 조사가 이 나라 법질서를 바로 세울 절호의 기회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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