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 의혹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평화적으로 이뤄진 것은 우리 민주주의 성숙의 현장을 보여 준 것이다. ‘최순실 정국’이 시작되고 나서 개최되는 세 번째 주말 촛불집회다. 집회 규모가 크고, 많은 진보 단체뿐 아니라 일부 보수 단체도 시위를 벌일 예정이어서 혹시라도 인명이 다치거나 양측이 충돌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으나 다행히 불상사가 없었다.
이번 집회는 규모만 큰 게 아니다. 책임총리제, 박 대통령 2선 후퇴 등을 둘러싸고 정국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야 3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집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만큼 집회의 규모와 양상에 많은 국민의 시선이 쏠려있다. 앞으로의 촛불집회도 평화롭게 치러야 한다. 오는 19일 전국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26일은 광화문을 중심으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다시 개최할 예정이다.
시민에서 정치로 정국수습의 책임 주체가 바뀌었다. 먼저 박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박 대통령의 개헌 구상, 두 번의 사과,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총리 추천 요청 등 일련의 행위는 정국수습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 국정 수행이 원활하기 어려운 만큼 이번에는 국민에게 진심으로 호소해야 한다. 최소한 먼저 특검 조사와 국회 특위에서의 국정조사로 최순실 사태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말해야 한다.
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박 대통령이 지금 바로 사퇴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야당이 추천하는 책임 총리가 거국중립내각을 꾸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고칠 개헌을 하고 제대로 된 정당정치를 위한 중대선거구제를 만들고 국민이 다음 대통령으로 유능한 인물을 뽑도록 대선을 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야당의 지도부가 박 대통령을 만나 대화를 하고 책임총리 운영에 대해 협의하는 것이다. 야당도 이제 국정의 책임자로서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