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젊은이만 혼밥을 먹는 게 아니다. 오히려 늙은이의 혼밥이 더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젊은이는 어쨌든 끼리끼리 어울리니까 혼밥 이외에 여러 가지 간식을 먹을 기회가 있고, 그래서 혼밥이 시장의 수요식품으로서, 상품의 트랜드로서의 의미가 있으니까, 삶의 질 문제로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늙은이의 혼밥은 생존의 문제로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독거노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혼자서 밥을 먹는 게 너무 싫다고 한다. 특히 자식이 출세해서 대처로 나가 있는 경우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국가와 직장을 위해서 일을 한다고 부모 집에 올 시간도 없다고 하는데, 늙은 부모가 밥 한 끼 먹으러 오라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 보니, 혼자서 앉아서 먹으려고 하니, 귀찮기도 하고, 성가시기도 하고, 해서 그만 굶고 만다. 그래서 치명적인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각종 질병에 노출되어 수명이 단축될 수도 있다.
그저께 노모께서 어지럽고 아프다면서 전화가 왔다. 구십에 가까운 노인이 왜 어지럽지 않고, 왜 아프지 않겠는가마는, 노모의 이런 전화는 진정 아팠기 때문에 전화를 하는 수도 있겠지만, 집에 한번 들르라는 사인이기도 하다. 퇴근길에 들러서 청소하는 등 집안을 두리번거리다가 몇 차례 가본 적이 있는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는데, 나보다도 더 많이 자신다. 며칠간 내가 들르지 않는 동안 제대로 자시지 못한 모양이다. 구십에 가까운 노인이 무슨 기분으로 혼밥을 즐길 수 있겠는가. 노모 건너편에서 밥을 먹고 있는 나로서는 정성껏 모시지 못하는 처지라서 그저 죄스러울 따름이다.
사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혼밥을 먹고 있는 노인들이 너무나 많을 것이다. 출세한 자식들은 자기 부모는 섬기지도 않으면서 직장의 불우이웃돕기 일원으로서 독거노인으로 있는 남의 부모를 위해서 반찬을 갖다 주거나 연탄도 갖다 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리 주위에 있는 독거노인을 위한 복지행사는 반드시 필요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언젠가는 혼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노인을 위해서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는 혼밥 도우미도 곧 생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