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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혼밥이라는 것은 혼자 먹는 밥을 의미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취업 빙하기를 겪느라고 결혼도 포기하고, 혼자 사는 1인 세대가 많다고 한다. 취업이 얼마나 힘든지는 간혹 공기업체 신입직원 면접위원으로 참여해보면, 취업 절벽을 실감할 수 있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면접에 참여하는 스펙이 화려한 젊은이를 보노라면,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취업이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어려운 지경에 있다는 것이다. 결혼을 포기하는 것은 자신의 기대에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워낙 우리나라 경제가 좋지 않아서,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취업조차 힘들고 하니까, 그저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이나 하면서 결혼을 포기하고 혼자 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혼자서 살고 있으니까, 밥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먹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자칫 시범케이스에 걸릴 가능성을 우려하여 아예 혼자서 혼밥이나 혼술을 먹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시장에서는 혼밥을 위한 1인용으로 포장된 반찬이나 야채도 많이 팔리고 있고, 이를 예상하여 각종 마트 등에서도 혼밥이나 혼술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고 한다. 이 경우는 어쩔 수 없이 혼밥을 먹는 것과는 달리, 법제도상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득이 혼밥을 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는 곧 청탁금지법을 회피하는 묘수(?)가 시중에 나돌 때 해결될 것이라서 큰 걱정은 없다.

그런데 젊은이만 혼밥을 먹는 게 아니다. 오히려 늙은이의 혼밥이 더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젊은이는 어쨌든 끼리끼리 어울리니까 혼밥 이외에 여러 가지 간식을 먹을 기회가 있고, 그래서 혼밥이 시장의 수요식품으로서, 상품의 트랜드로서의 의미가 있으니까, 삶의 질 문제로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늙은이의 혼밥은 생존의 문제로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독거노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혼자서 밥을 먹는 게 너무 싫다고 한다. 특히 자식이 출세해서 대처로 나가 있는 경우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국가와 직장을 위해서 일을 한다고 부모 집에 올 시간도 없다고 하는데, 늙은 부모가 밥 한 끼 먹으러 오라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 보니, 혼자서 앉아서 먹으려고 하니, 귀찮기도 하고, 성가시기도 하고, 해서 그만 굶고 만다. 그래서 치명적인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각종 질병에 노출되어 수명이 단축될 수도 있다.

그저께 노모께서 어지럽고 아프다면서 전화가 왔다. 구십에 가까운 노인이 왜 어지럽지 않고, 왜 아프지 않겠는가마는, 노모의 이런 전화는 진정 아팠기 때문에 전화를 하는 수도 있겠지만, 집에 한번 들르라는 사인이기도 하다. 퇴근길에 들러서 청소하는 등 집안을 두리번거리다가 몇 차례 가본 적이 있는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는데, 나보다도 더 많이 자신다. 며칠간 내가 들르지 않는 동안 제대로 자시지 못한 모양이다. 구십에 가까운 노인이 무슨 기분으로 혼밥을 즐길 수 있겠는가. 노모 건너편에서 밥을 먹고 있는 나로서는 정성껏 모시지 못하는 처지라서 그저 죄스러울 따름이다.

사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혼밥을 먹고 있는 노인들이 너무나 많을 것이다. 출세한 자식들은 자기 부모는 섬기지도 않으면서 직장의 불우이웃돕기 일원으로서 독거노인으로 있는 남의 부모를 위해서 반찬을 갖다 주거나 연탄도 갖다 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리 주위에 있는 독거노인을 위한 복지행사는 반드시 필요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언젠가는 혼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노인을 위해서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는 혼밥 도우미도 곧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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