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최순실 사태’로 인한 정국 혼란에 대한 해법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사실상의 식물정당으로 전락했다. 우리 헌정사에서 집권여당의 식물 정당화는 이례적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당이 기능이 마비됐는데도 계파 간 분열 양상은 더욱 심화되는 추태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분열야상을 보이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당 수습책을 놓고 서로 다른 방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친박(親박근혜)계는 당 수습책의 일환으로 내년 1월 조기 전당대회 카드를 빼 들었다. 비주류 측은 이 대표의 다음 달 중순 사퇴와 함께 1·21 조기 전당대회 개최 방침은 현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전대를 통해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원들을 역(逆) 결집시킨 뒤 내년 대선 때까지 당권을 재장악하겠다는 의도를 품고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비박(非박근혜)계는 연일 별도의 회의를 거듭하며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광역단체장과 원외 위원장까지 외연을 확장한 비상시국위원회를 결성하고 김무성·유승민·남경필 등 비박(비박근혜)계 대선주자들과 중진의원 등 12명을 공동대표로 확정했다. 친박과 비박계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 한지붕 두 가족을 차린 형국이다.

이 대표가 15일 당내 3선 의원 24명과 간담회를 마련했지만 단 1명만 참석하는 ‘굴욕’을 당했다. 전날 정진석 원내대표가 주재한 3선 의원 오찬 회동에 12명이나 참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준식 위원장을 비롯해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이 대표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는 등 한마디로 콩가루 집안이다.

지도부 거취 문제를 두고 집안싸움을 벌이던 새누리당이 사분오열돼 적전 분열한 모습이다. 비상시국에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지리멸렬한 집권당에 ‘최순실’이 빚은 국정 마비 사태의 수습책을 내놓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라고 국민은 생각할 것이다.

‘100만 촛불 민심’은 국정 농단 사태의 책임을 박 대통령뿐 아니라 대통령 치마폭 아래서 공천을 받으며 권력의 단물을 빼먹은 새누리당 국회의원에도 묻고 있다. 국민은 박 대통령만 탄핵한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 의원에게도 탄핵한 거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지도부 집안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르니 새누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TK지민들의 부끄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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