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혜
지난 10일 종영한 SBS TV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명장면 중 하나는 아나운서 홍혜원이 주사를 부리는 선배 이화신에게 원색적인 욕설을 퍼붓는 모습이었다.

단아하고 이지적인 아나운서가 내뱉는 육두문자가 어찌나 쫄깃한지, 시청자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특히 홍혜원 역의 서지혜(32)가 배우로서 참한 이미지가 강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반전이었다.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지혜는 “어떤 욕이 더 차질까 많이 고민했다”면서 큰 소리로 깔깔댔다.

인터뷰 테이블에 앉은 서지혜는 십여 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할 때와 달리 밝고 명랑했다.

“욕설 연기 때문에 걱정도 했죠. 제 이미지가 망가지는 걸 두려워한 게 아니라,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우려였어요. 시청자들이 막상 좋아하는 걸 보면서 다들 내면에 쌓인 것이 많은데 홍혜원을 통해 쾌감을 느꼈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 “저와 비슷한 홍혜원 연기하니 신나”

홍혜원이 여주인공인 기상캐스터 표나리(공효진 분)를 괴롭히는 전형적인 악녀 캐릭터라면 흥미롭지 않을 것이란 게 서숙향 작가의 생각이었다.

서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은 사전 탐문에서 서지혜가 “털털한 상남자”라는 이야기를 접했고, 세련된 외모 뒤에 대범한 성격을 가진 홍혜원 캐릭터에 이를 상당 부분 녹여냈다.

서지혜는 “차분한 이미지가 강해서 실제 저와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를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면서 “밖을 향해 표출하는 홍혜원을 연기하니 신이 절로 나더라”고 미소 지었다.

아나운서 역할도 적잖은 고민거리였지만, 서지혜는 TV 뉴스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면서 부지런히 연구했다.

그는 후반부로 갈수록 홍혜원 비중이 줄었다는 지적에 “많이 나왔으면 하는 게 배우의 욕심이라 조금 아쉬웠다”면서도 “작은 분량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 “조정석과 키스 장면 후 부럽다는 연락 많이 받아”

인터뷰 화제는 몸 바쳐 ‘질투의 화신’ 흥행을 견인한 조정석(36)으로 자연히 옮겨갔다.

촬영 당시를 회상하는 서지혜 얼굴에 웃음부터 번졌다.

“상대 연기를 잘 받아주는 분이에요. 우리 드라마에서는 특히 코믹한 부분을 특히 탐냈죠. 현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애드리브를 3~4개는 소화해요. 그 때문에 제가 많이 웃어서 엔지(NG)도 자주 났어요. 눈썰미도 상당해서, 어쩜 저렇게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도 많이 했죠.”

홍혜원이 이화신에게 저돌적으로 키스하는 장면은 연기하기 녹록지 않았다.

서지혜는 “제가 키스 장면을 찍어본 경험이 많지 않은 데다 하이힐도 신은 상태여서 뭔가 세게 못 하겠더라”면서 “그래도 방송 후에 친구들에게서 ‘이화신과 키스라니 부럽다’는 문자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질투의 화신’ 애청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서지혜도 시청하면서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이화신의 모습이 정말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하잖아요. 물론 그렇다고 제가 좋아하는 유형은 아닙니다. (웃음) 어릴 적에는 저를 좀 휘어잡을 수 있는 남자다운 유형이 좋았는데, 이제는 다정한 친구 같은 남자가 좋아요.”

결혼을 생각해야 할 나이라 그런 것 같다고 분석하던 서지혜는 “연기보다 연애가 더 어려운 것 같다”고 푸념했다.



◇ “질투하는 성격 아냐…스스로 최선 다하는 편”

24부작인 ‘질투의 화신’은 질투에 휩싸인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사실적으로 포착해 화제를 모았다.

서지혜는 이성 관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누군가를 질투하는 성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질투를 느끼려면 가령 한 남자를 두고 경쟁을 하거나, 나 자신이 굉장히 혼자 갖고 싶은 무언가가 있어야 하잖아요. 저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지, 굳이 질투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치열한 경쟁 속에 시기, 질투가 없지 않을 연예계에 몸담은 사람치고는 의외의 대답이었다.

서지혜는 “친구들이 저더러 스님 아니냐고도 하는데 배우로서의 인생도 중요하지만 제 개인의 삶도 중요하다”면서 “(남을 의식하기보다는)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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