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나가자
복도 저쪽 어두운 구석에서
지키고 있었다는 듯이 시간이
귀신과도 같은 시간이
검은 바람결로 움직이며 말한다
「나는 슬픔이에요」


오가는 발소리들
무슨 웅얼거림들
그 시간에 물들어
비치고 되비치며 움직이느니


우리는 때때로
제 목소리를 낮추어야 하리.
조용해야 하리.



<감상> 가끔은 시간의 입을 열고 지나간 내 한 때를 꺼내 파도 철썩이는 바다에 던져버리고 싶다 그것이 내 것 아니던 때로 흘러가 표류하는 동안 나는 또 다른 나로 살며 또 다른 나로 시간의 입속에 갇히고 싶다 목소리를 낮춘 시간들을 되살려 내 웃음으로 내 울음으로 (시인 최라라)


*아침시단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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