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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민심은 준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TK의 민심이 최순실 사태로 지진에 흙담 무너지듯 일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TK의 대부분 사람이 이번 사태로 정치에는 멘붕 상태가 되었다.

TK 지역민들은 국정을 잘 운영하리라고 믿었던 박 대통령이 어이없게도 최순실이라는 한 여인에 휘둘려 지난 4년 동안 국정을 농단케 방치한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갑자기 배신을 당한 그런 심정, 그 이상이었다.

지난 6월 남부권 신공항건설 사업 발표 때만 해도 밀양 유치가 무산되었음에도 믿었던 박 대통령에 대한 배신에 섭섭한 마음이 있었으나 TK 지역민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집 나간 미운 자식이 더더욱 그립듯이 박 대통령에 대한 애증의 지지가 한겨울 곁불처럼 대통령의 지주목으로 버텨 왔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지도도 이번 최순실 사태로 일순에 사라져 버렸다.

왜 최순실 사태가 생겼을까? 바로 박 대통령의 아집과 불통이 만들어 낸 자업자득의 결과다.

2013년 2월 25일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첫인사로 국무총리 내정자로 지명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김용준 위원장이 국회의 인준도 거치지 못한 채 낙마한 것을 시작으로 수첩 인사의 난맥상이 시작되면서 인사를 둘러싼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 왔었다.

이 때문에 각계 원로들과 정계, 언론으로부터 ‘불통인사’ ‘수첩인사’라는 비판과 지적을 끝없이 받아 왔었다. 그래도 TK 지역민들은 박 대통령이 더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지금까지 말없이 지켜보아 왔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지금껏 TK의 이런 기대를 저버리고 여론에 귀 기울임 없이 일방적 인사를 고집해온 결과가 오늘의 절망적인 상황을 맡게 된 것이다.

보잘것없는 한 여인의 치맛바람에 휘감겨 국정을 농단하게 용인한 지난 3년여의 세월 동안 박 대통령은 국정의 첫째 목표를 무엇에 두었는지조차 궁금한 실정이다.

그동안 국정의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정치적 고향인 TK를 찾아 위로를 받고 어려운 고비를 넘겼던 박 대통령은 이제 자신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TK에도 등을 기댈 수가 없게 되었다.

대부분의 TK 지역민들은 내 가족처럼 아꼈던 박 대통령의 모순된 국정 운영에 혀를 차면서 쓰라린 마음을 쓰어내리며 등을 돌려 앉았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유권자의 1천5백만 명(51.63%)이 지지를 하여 대통령에 당선된 박 대통령이 이제 그 지지자의 대부분으로부터도 신망을 잃었다. 누구에게도 등을 기댈 수 없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이런 박 대통령의 모습을 TK 지역민들은 한편으로는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으나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이번 최순실 사태를 일벌백계로 삼아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이다.

공자는 정치의 근본에 대해서 “정치라는 것은 바르게 다스리는 것이며 지도자가 정치를 바르게 하면 누가 감히 바르게 따르지 않겠느냐”고 했다.

늦었으나 박 대통령도 공자의 이 ‘정치의 근본’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고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이 나라가 더 이상 혼란에 빠지지 않고 국민이 생업에 충실할 수 있는 방도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여 정도를 걸어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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