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4월 전쟁이 막바지를 치닫고 있을 때였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트루먼은 즉각 백악관으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황급히 달려간 트루먼에게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이 말했다. “대통령이 별세했습니다” 청천벽력같은 통고를 듣는 순간 트루먼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충격에서 깨어난 트루먼은 정신을 차리고 대통령 부인에게 물었다. “제가 영부인에게 해 드릴 수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지금 곤경에 빠져 있는 것은 내가 아니고 당신입니다” 영부인의 대답이었다. 중앙 정치무대에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던 트루먼은 루스벨트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부통령이 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대통령이 됐다. 국민은 그가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 걱정은 기우였다.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모든 책임은 여기서 멈춘다”라고 써 붙인 트루먼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냉철함과 결단력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 책임을 저 보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가까운 보좌관이나 가족일지라도 대통령직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대통령을 얽매는 책임의 사슬은 끝이 없으며 자신이 대통령이란 사실을 잊는 일은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트루먼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자리가 얼마나 어렵고 힘들며 책임이 막중한 자리라는 것을 틀어놓았다.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대통령의 책임이 얼마나 엄숙한가를 강조했다. “모든 주장, 모든 제안, 모든 대안과 자기 행위의 결과를 양심적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음미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이다”라고 했다.

“대통령직은 그 담당자를 초월하는 자리다. 아무리 소인이라도 그 이상 돋보이게 만들고 아무리 대인이라도 그 직에 필요한 정도에는 못 미친다” 존슨 대통령은 대인도 감당하기가 어려운 자리가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 자리임을 피력했다.

대통령 박근혜의 만신창이는 나라의 운명이 걸린 대통령 자리의 막중함을 망각, 자초한 것이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까지 받게 만든 박대통령은 대통령자리를 누더기로 만들었다. 대통령자리가 하종가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