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판단하건대, 언어의 가치를 더 되돌아보는 시대가 되었다. 각종 편의 기계에 의해 툭툭 부러지는 말들, 감정을 뭉뚱그려 드러내는 이모티콘, 쏟아지는 영상들과 다르게 문자가 갖는 세밀한 표현력과 추상(抽象) 능력은 앞으로도 더 유효할 수 있는 증좌가 된다. 그런 생각을 공유해선지 수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의 맛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응모한 소설의 편수가 357편에 이른다.
예심을 통과한 40편의 작품들은 소재나 주재 면에서 상당한 다양성을 띠면서 결코 녹록치 않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우선 무척 능숙한 문장력을 가진 ‘독수리의 시간’을 주목했다. 몽골사막을 거쳐 고비사막으로 여행하는 이야기 속에 아버지의 좌절을 담아낸 작품으로, 화자의 행위가 작품 바닥에 착근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페이퍼 하우스’」는 제목이 뜻하는 것처럼 윤리가 무너진 가정에서 자란 고등학생들의 행위를 매우 현실감 있게 보여주었다. 그에 비해 주제의 깊이 엷고 마지막에 나타난 우연성은 큰 결함이었다.
요양원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질박한 일상을 그린 ‘기다림’은 근래 보기 드물게 리얼리티를 건져낸 작품이었다. 다양한 인생군으로부터 피어나는 삶의 좌절과 안타까움 속에서 그리움이 메아리친다. 문장을 한 땀 한 땀 꿰는 솜씨 또한 멋진데, 눈길이 요양원에만 머물러서 너무 직접적이지 않은가, 하는 다소의 의문을 가져본다.
심사위원들은 ‘남태평양에는 쿠로마구로가 산다’를 대상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다. 속도감 있는 문장에다, 쿠로마구로라고 일컫는 참다랑어 잡이를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에 대해서 나머지 가족들의 기다림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아버지의 유령과 만나는 환상적 처리는 일품이었다. 특히 그 유령이 아버지가 아니라는 미적 거리(距離)를 끝까지 유지함으로 딸의 소망을 배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역량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대상 외에, ‘기다림’을 금상으로, ‘페이퍼 하우스’와 ‘독수리의 시간’을 각각 은상으로 결정하였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응모작 중에 ‘어느 누구라도 킴’이 선에 올랐으나, 이 작가가 지난해 금상을 수상한 바 있는 데다 이번에는 그보다 하위 등급이었다는 점에서 수상작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는 점을 알린다. 아쉽게 낙선한 분들에게 위로를 보내며, 수상한 작가들에게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