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익 고용노동부포항지청장
몇 해 전 해외 유명 만화 사이트인 ‘도그하우스 다이어리’가 세계은행과 기네스북 자료를 바탕으로 나라별 특징적 문구를 담은 세계지도를 내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Oil)’, 일본은 ‘로봇(Robots)’으로 표현됐다. 그럼 우리나라는… 일 중독자를 의미하는 ‘워크홀릭(Workaholics)’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6 삶의 질 지수(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주당 50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의 비율이 23.1%로 터키와 멕시코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그럼에도 한국생산성본부의 ‘2015 OECD 회원국 시간당 노동생산성 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2013년 기준 29.9달러로 25위에 그쳤다. OECD 평균(40.5달러)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지금, 근로시간과 기업생산성이 비례한다는 공식은 깨진지 오래고 기업이나 국가에 있어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가 되었다.

근로자들은 또 어떠한가! 최근 고용노동부가 공공부문 및 500인 이상 기업 근로자 42만명에 대한 조사 결과 초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남성의 10%가 3년 내 남성육아휴직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요즘 젊은 층도 연봉은 매우 중요하나 돈이 전부는 아니다. 젊은 직장인은 이직을 고려할 때 1순위로 야근 유무부터 살핀다. 잦은 야근과 술자리에 질린 직원들은 이직을 결심한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2013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9.6%가 야근 때문에 이직까지 생각해 봤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2014년부터 기업 등 사회 각 주체와 함께 ‘일가(家)양득 캠페인’을 펼치고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과 기업문화를 개선하여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기업은 시차출퇴근제와 같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활용하면 사용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 가량의 지원금을 지원받고, 육아·건강 등 필요에 따라 전일제 근로자가 일정기간 동안 시간선택제로 일하고 사후 전일제로 복귀하는 전환형 시간선택제를 활용할 경우 사용근로자 1인당 월 최고 40만원과 대체인력인건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동일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 사용 시 두 번째 사용자(보통은 남성)의 3개월간 육아휴직급여를 상향 지급(통상임금 40→100%, 상한액 월 150만원)하는 아빠의 달 제도도 내년 7월부터는 상한액을 200만원으로 인상한다. 정부는 이와 같은 일·가정 양립정책을 통해 2만5천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 창출하고 이를 통해 저출산과 청년실업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조직의 책임자들은 오랜 시간 일하는 직원을 유능하다고 여기고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기를 기대한다. 여전히 장시간 근로가 가장 효율적인 업무 형태라는 과거 산업화 단계 ‘워크홀릭’ 전성시대의 추억을 가지고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일도 더 잘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조직 구성원 스스로가 일과 삶의 균형, 일하는 방식의 변화 필요성을 깨닫고 시대의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업무와 상관없이 온 국민이 특정시간에 출근해야 하는 문화, 퇴근은 상사가 자리를 비운 후에나 가능한 문화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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