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하게 걷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춤추는 사람처럼 보였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그는 앉았다 일어서듯 다리를 구부렸고
그때마다 윗몸은 반쯤 쓰러졌다 일어났다.
그 요란하고 기이한 걸음을
지하철 역사가 적막해지도록 조용하게 걸었다.
어깨에 매달린 가방도
함께 소리 죽여 힘차게 흔들렸다.
못 걷는 다리 하나를 위하여
온몸이 다리가 되어 흔들어 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기둥이 되어 우람하게 서 있는데
그 빽빽한 기둥 사이를
그만 홀로 팔랑팔랑 지나가고 있었다.
<감상> 평소에 있는 줄도 몰랐던 몸의 한 부분이 갑자기 내 몸의 전부처럼 느껴질 때 있다 두 번째 발가락이 바늘에 찔린다든가 네 번째 손가락이 어딘가에 부딪혔을 때 온 몸의 감각은 전부 그 쪽에만 집중된 듯 예민해지고 불편해진다 신기한 일이다 우리 몸의 아주 작은 한 곳이라도 이상 징후가 있으면 다른 부분들이 모두 그쪽으로 귀를 기울인다는 건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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