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보는데 ‘여’가 나를 꼬나본다/백여명 천여명/삼만여 십만여 육백만여 오천만여/모든 집계에는 언제나 ‘여’가 있다

천의 ‘여’인 하나, 열, 서른은 천에 포함되고/육백만의 ‘여’인 백, 이백은 육백만에 포함된다/ ‘여’는 냉정한 얼굴로 고개를 까닥거린다

누구도 ‘여’에 속하고 싶지 않지만/대다수는 ‘여’가될 수밖에 없는 산술법을/태생으로 가진 무엇인가의 뱃속,/우리는 컴컴하게 처박힌 것 같은데

‘여’에 속한 것들까지 신경 쓸 겨를이/없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시간은/어디쯤에 이르러 최후의 ‘여’가 될까





감상) 남해 금산에 가려고 했더니 안개가 짙어서 위험하다고 한다 일여미터 앞도 안 보인다고…… 어눌한 산장 주인의 목소리가 안개에 쌓인 듯 흐릿하다 그의 목소리가 전파 끊기듯 지직거리다 사라지고 난 뒤 나는 고장 난 우주선에 앉아있는 듯 잠시 막막하다 이 많은 가을날들 ‘여’중에 하필 이번 주말에 안개가 가득할 거라니(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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