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사랑받는 600년 수령 나무 밑에서 10년째 열려

경주 은행나무 가을 음악회 모습
경주문화원 뒤뜰에는 노거수 은행나무 두 그루가 노란 잎을 흩날리고 있다. 경북 기념물 제66호이다.

이곳에 지난 17일 경주문화원(원장 김윤근)이 주최한 ‘은행나무 가을음악회’가 열렸다. 이 나무는 높이와 가지 폭이 각 20여 m, 밑둥치 둘레 7m나 되는 거목이다.

수령이 600여 년 된 두 나무가 약 10m 간격으로 함께 있는 데는 우리나라에서 여기뿐이라고 한다.

이 나무 앞에서 매년 이맘때면 음악회가 열리는데 벌써 10년째다.

먼저 은행나무 둥치에 오방색 천을 둘러놓고 고유제를 지낸다. 제단 앞에서 축문을 읽고, 제주(祭主)를 비롯한 관련 인사들이 절을 한 다음 나무 둘레에 술을 붓는다. 은행나무의 무병장수와 경주의 문화융성을 비는 예식이다.

그리고 나무 둘레에 흙을 뿌리고 사람들의 소원지(所願紙)를 새끼줄에 달고, 이어 음악회가 시작되면서 국악한마당, 부채춤, 통기타, 사물놀이 등이 흥을 돋운다.

끝으로 나눔의 시간에는 참석한 사람들이 막걸리와 떡을 들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란 잎이 폭신하게 깔린 정원에서 흩날리는 은행잎을 맞으며, 정담을 나누는 주변 정경은 평화스럽고, 여유롭다.

이 나무에 대한 경주시민의 애정은 대단하다.

경주문화원 은행나무
오랜 세월 경주중심에 서서, 경주와 신라보물을 잘 지켜준 일종의 수호목신(守護木神) 역할에 대한 고마움 때문일 것이다.

50대 나이 이상 사람들에겐 이곳에 있던 구 박물관이 경주수학여행의 필수코스였고, 바로 옆에 있는 이 나무 또한 좋은 구경거리였다. 그때 사람 중 경주에 오는 길에 ‘은행나무 보고 싶어 일부러 여기에 왔다”고 할 만큼 옛날을 그리게 하는 추억의 나무이다.

시내 한복판에 묵직이 자리한 경주의 터줏대감으로, 창공에 우뚝 솟아 신라 후예들의 꿋꿋한 기상을 상징하고, 노란 단풍잎은 이 지역 사람들의 따사한 마음씨를 내보이는 것 같다.

이곳 정원에는 특이한 고목들이 많다.

경주문화원 대문을 들어가 좌측에 있는 큰 전나무는 1926년 10월, 스웨덴 국왕(구스타프 6세)이 황태자 시절, 일본에 신혼여행을 왔다가 경주에 들러 서봉총 금관을 출토하고 기념식수로 심은 나무이다.

그 앞 수령 300여 년의 ‘산수유’ 나무는 일부 밑둥치가 썩어 고사상태이나, 위에는 잎들이 무성하고 붉은 열매가 촘촘히 달려있다. 나무 모습이 날아가는 용(龍 )을 닮았다 하여 비룡목(飛龍木)이라 부른다.

경주문화원 정원 전경
특히 이 나무는 청록파시인인 박목월과 조지훈 선생의 첫 만남의 가교역할을 한 나무로 전해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100년 이상 된 모과나무가 노란 열매를 달고 있고, 크나큰 일본 향나무들이 몸을 배배꼬며 서 있다.

또한 수형이 구불구불한 소나무 20여 그루가 멋진 자태로 서 있어, 정원 가을 분위기를 한껏 한적하고 고풍스럽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경주부윤 관아와 옛 박물관이 있던 이곳에는 민속사료를 전시하는 ‘향토사료관’이 있다. 조선시대 역사 자료, 경주읍성 모형도, 경주부윤의 갑옷과 복식, 최초의 화약 및 무기류 그리고 경주 주변 중요 유적들의 옛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은행나무 음악회 농악한마당1.JPG
정원 한쪽에는 100여 년이나 된 성덕대왕 신종(일명 에밀레종)이 있던 종각도 있다. 넓은 정원에 잔디가 깔렸고, 옛 건물 부재인 기와, 주춧돌, 장대석들이 군데군데 박혀있다. 그리고 고목들이 아름답게 서 있어, 어느 산사(山寺)나 고택(古宅)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인지 도시 속의 좋은 쉼터로 사시사철 많은 사람이 와서 쉬어가고 있다.

무료 관람이며, 해설사가 상주해 매일(월요일 휴무) 10시부터 17시까지 개방한다. 문의는 경주문화원(054-743-7182)으로 하면 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종기 시민기자
조현석 기자 cho@kyongbuk.com

디지털국장입니다. 인터넷신문과 영상뉴스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제보 010-5811-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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