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와 영희가 손 붙잡고 간다
철수는 회색 모자를 썼고, 영희는 빨간 조끼를 입었다
바둑이는 보이지 않는다
분수대 앞에서 맨손체조를 하고 있는
창식이 앞을 지날 때
영희가 철수의 팔짱을 낀다
창식이는 철수가 부럽다

철수와 영희가 벤치에 앉아
가져온 김밥을 먹는다
철수가 자꾸 흘리니까 영희가 엄마처럼
철수의 입에 김밥을 넣어준다
공원 매점 파라솔 그늘 아래 우유를 마시던
숙자가 철수와 영희를 바라본다
숙자는 영희가 부럽다

일흔두엇쯤 됐을까
철수와 영희는 동갑내기일 것 같고
창식은 좀 아래로 보인다
물론, 영희와 철수는 부부다




감상) 생강편을 만들려면 껍질을 벗기고 썰어서 매운 맛을 하루 정도는 빼야한다 다음은 그것을 푹 삶아야 한다 삶은 생강의 물을 빼고 설탕을 넣고 졸이기가 다음 순서다 녹은 설탕이 다시 설탕이 될 때까지 끓이고 저어야한다 여기까지 좀 힘들어도 별 거 아니다 같이 먹을 사람 없다면 그것은 고통을 만드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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