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이 다돼 가던 백범(白凡)이 어머니로부터 “이제는 남의 위에서 일하게 됐으니 더 이상 종아리를 때리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던 모습이 그가 쓴 ‘백범일지(白凡逸志)’에 그려져 있다. 가르치는 일을 흔히 ‘교편(敎鞭)을 잡는다’라고 한다. ‘채찍 편’자가 들어가는 것으로 봐서 동양에서의 체벌은 교육에서 용인된 것이었다.

지난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학부모와 상담했던 일을 공개하면서 체벌을 용인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학부모는 교황에게 “때때로 아이들을 체벌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모욕감을 느끼지 않도록 절대 얼굴은 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황이 “잘한 일”이라고 했다. 체벌에 대한 교황의 유화적 입장이 논란이었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귀한 자식일수록 매로 가르치라는 전통이 있다.

하지만 도를 넘은 체벌은 종종 사회적 문제가 된다. 지난 1983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체벌을 가해 학생이 장 파열로 병원에 입원해 논란이 일자 가해 교사가 학교에서 자살해버린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이후 당시 문교부(지금의 교육부)가 전국의 각 학교에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일체 체벌을 가하지 말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체벌금지지침 공문’을 보냈다. 체벌금지 첫 공식 지침이었다.

이 같은 지침에도 불구하고 교단에서의 체벌은 근절되지 않았다. 이후 여러 학교에서 여전히 폭력적인 체벌이 가해지자 마침내 2011년 3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으로 체벌을 전면 금지 시켰다. 학생 지도 때 도구나 신체 등을 이용해 신체에 고통을 가해선 안된다고 법으로 명시한 것이다.

법으로 금하고 있지만 지금도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체벌을 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수업시간에 장난 친 학생 2명을 발로 차고 뺨을 때린 일이 알려져 문제가 됐다. 이번에는 포항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무지막지한 회초리질로 학생이 큰 상처를 입는 사건이 일어났다. 폭력 앞에 맹종하면서 자란 아이는 결국 남들에게도 폭력을 앞세워 복종을 강요하는 어른이 된다. 교단의 체벌은 근절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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