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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컬처팩토리 대표
1973년, ‘민족문화예술 중흥’이라는 기치를 걸고 40여 년간 예술기반발전과 예술인을 지원해 온 문화예술진흥기금이 2017년 이후에는 전액 고갈될 위기를 맞았다. 예술가들의 창작지원, 각종 문화 인프라 확충, 국제문화교류지원 등 한국문화예술 자양분 역할을 해온 문예진흥기금이 아이러니하게도 ‘문화 융성’을 국정과제로 내건 현 정부에 와서 기금 고갈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관리하는 문예진흥기금은 2004년에는 5천273억원에 달했으나, 2015년 말 기준으로는 1천110억원으로 지난해와 올해는 관광기금과 체육진흥기금에서 각 500억원씩을 지원받아 겨우 연명했으나, 한국문화예술위는 매년 2천억원 가량을 문화예술 지원에 쓰고 있어 2017년 이후에는 문예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재원이 마련되지 않아 문화예술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는 전업 예술인 70%가 월수입이 100만원 이하라는 통계가 있었다. 이처럼 문화예술인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묵묵히 예술의 길을 걸어온 예술인들은 그동안 누구를 위한 ‘문화융성’이었던 가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문화융성’을 업고 문화창조벤처단지, 문화창조아카데미, 문화창조융합벨트, K스타일 허브 등과 기업으로부터 강제로 모금해 만든 의혹을 받는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 등의 사업에 보도에 따르면 2019년까지 7천억원이 넘는 국고예산을 농단하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예술인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동안 한류는 민간이 앞장서서 주도해왔다. 10여 년 드라마 ‘대장금’을 시작으로 공연분야도 필자가 연출·제작해 중국으로 진출한 뮤지컬 ‘미용명가’를 비롯해 ‘빨래’, ‘김종욱 찾기’,‘난타’, ‘비밥’, ‘점프’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작품들이 한류를 선도해왔다. 그러나 한국의 방송위원회 역할을 수행하는 중국국가광전총국에서는 사드배치를 명분으로 지난 7월부터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해 한류를 옥죄고 있다. 최근에는 2015년 8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2016년 6월까지 100%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촬영을 진행하여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이후에 또 다른 한류 열풍을 기대하고 있던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도 2016년 10월 초에 한 중양국에서 동시에 방영될 예정이었지만 무산됐고 이후의 방영일시 역시 불투명하다고 한다.

한국문화산업의 최대문화시장인 중국시장이 사드 여파로 꽁꽁 얼어붙어 힘든 가운데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은 최순실게이트에 문화예술계도 분노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다가 현 정부의 ‘문화융성’ 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분노이다. 예술인들은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을 통해 현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해명과 진상규명을 요구한데 이어 ‘최순실 게이트’의 많은 부분이 문화체육관광부문에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과 ‘문화융성’이 사실상 몇몇 사익을 위해 진행돼는 것에 절망하고 있다. 이전 정부까지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마라’가 그나마 지켜왔다. 앞으로라도 가뜩이나 어려운 문화예술계는 제발 그냥 두면 안 되나. 진정한 ‘문화융성’은 관 주도가 아닌 예술인과 시민이 문화의 주인이 되었을 때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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