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누각’과 ‘사초’가 연일 화제다. 사상누각(沙上樓閣)의 뜻은 모래 위에 세워진 누각이라는 뜻. 기초가 약하면 오래가지 못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사초(史草)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작성된 국정 기록문서로 매일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원고다. 사관이 직무상 개별적으로 비밀히 작성한 국정 기록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때로는 그때 그때의 국가 정사에 대한 기록을 모은 것으로 넓게는 실록 편찬의 모든 자료를 의미하기도 했다. 기록된 자료는 시정기라 해서 매달 책으로 묶어 매년 마지막 달에 왕에게 책수만 보고하고 춘추관에 보관했다가 실록 편찬에 사용했다. 사초는 비밀이 엄격히 지켜져 왕이라 할지라도 마음대로 볼 수 없었다.

지난 20일 청와대 측이 검찰 수사 결과를 전면 부인하며 ‘사상누각’이라 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과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의 최순실 사건 공소 내용과 관련해 “상상과 추측으로 거듭된 사상누각”이라고 했다. 최순실 변호인도 ‘소설’이라고 표현하며 검찰 수사 결과를 힐난했다.

이 같은 청와대 측 반응은 촛불을 든 민심(民心)은 물론 국민의 불신을 받아 약이 바짝 오른 검심(檢心)에다 기름을 붙는 격이었다. 검찰은 “공소장에 99% 입증할 수 있는 것만 적었다”며 수사결과를 자신했다.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은 정호성 전 비서관이 녹음한 박 대통령의 통화내용과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으로 보인다.

“녹취 파일에 박 대통령이 최순실을 챙겨주기 위해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지시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단 10초만 공개해도 촛불은 횃불이 될 것다”라고 한 검찰의 발언이 흘러나왔다. 검찰 측은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과 관련해 “‘사초’로 봐도 무방할 만큼 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고 했다. 또 공소장을 ‘기름 뺀 살코기’라고 표현하며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계속 거부한다면 특검에 자료를 넘기기 전 ‘창고 대방출’을 할 수도 있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검찰이 23일 또 다시 대통령에게 오는 29일까지 대면조사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이 대통령이 조사를 계속 거부하면 특검에 자료를 넘기기 전에 증거들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해서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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