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식물대통령을 가운데 두고 여야 정치권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내년 대선에서의 헤게모니를 선점하기 위해 조령모개(朝令暮改)식 국민 선동 발언들을 쏟아 내는 것을 보면 과연 이들에게 앞으로 이 나라를 맡길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절대적이다.

국정 동력을 이미 상실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둘러싸고 백가쟁명의 보여주기식 발언들을 내뱉고 있는 여야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는 국정 안정보다는 대권을 거머쥐기 위한 개인의 사익에만 집중하는 듯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여권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경우도 지난 3년여간 박근혜 정권과 두 축을 이루며 당정을 이끌어 온 사람이 “나는 최순실 사건에 백로”라며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며 분당을 재촉하는 듯한 모습은 자가당착의 백미로 보인다. 거기다 내년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며 마치 전장의 장수가 마지막 배수진을 치는 듯한 행태는 집권 여당의 6선 관록 정치인으로서는 이 혼란의 시국에 치졸한 자기선전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최순실 사건 이후 대한민국의 호메이니(이란의 절대적 정치·종교지도자)가 된 것처럼 언행을 해오고 있는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씨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침저녁으로 뒤바뀌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금수저와 흙수저’ ‘보수와 진보’ ‘친일과 반일’ ‘독재와 반독재‘ ’특권세력과 일반 국민’으로 피아(彼我) 구분법을 이용하여 진영 논리를 전개하며 젊은이들의 가슴에 최순실 사태의 불씨를 돋구고 있다.

특히 그는 내년 대권 주자 가운데 지지도가 가장 앞선 선두주자의 입장 때문인지 정치권 대부분이 찬성하는 개헌에 대해서는 “지금 개헌을 거론하는 것은 그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며 개헌을 반대하고 있다. 그는 폐해가 많다는 절대적 권력을 가진 현행 대통령제의 대통령직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 또한 국익보다는 사익을 위한 의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내년 대선을 위해 부단하게 돌출된 정책과 언행을 해오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태도 국민에게는 어설픈 정치 제스처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그는 엊그제 국무회의 석상에서 “국무위원들은 최순실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던져라”는 폭탄 발언을 한 후 국무 석상을 박차고 나온 것은 자기선전용 정치 제스처로서는 덕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밖에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발언들은 가히 수준급에 이른다.

국민의당과 최순실 사건을 두고 정책적 합종연행을 하다가도 상대 당에 견제구를 던지는 등 제1야당 대표로서의 이미지 부각이 지나치게 넘쳐나 국민들로부터 고개를 돌리게 하고 있다. 추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할 때는 얼굴에 살기까지 보이며 저급한 발언은 공당의 대표로서의 언행에 문제점이 많음을 나타내고 있다. 추 대표는 자신이 내뱉는 실체가 없는 칼날 같은 한마디 말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가슴에 비수로 꽂히는지를 되돌아보길 바란다.

한편 지난 4·13총선 때 박 대통령으로부터 많은 홀대를 받고 새누리당을 떠났다가 다시 입당한 유승민 의원의 경우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국가와 당을 위한 처신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대표적 비박계인 그는 탈당과 신당 추진 등 새누리당 내부의 큰 소용돌이 속에서도 “나는 당에 남아 당이 바로 서게 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하는 자세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최고의 덕목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작금의 여야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이 결국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초래케 하는 상황을 일컫는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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