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구시청 인근 일식집이 ‘임대’라고 적힌 종이를 붙인 채 문이 닫혀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24일 정오께. 대구 중구 동인동 대구시청 인근 식당가. 20여 년 이곳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64)씨는 연방 한숨을 내쉬었다.

점심과 저녁 시간 테이블 20개 전체가 손님으로 북적였는데 최근에는 점심시간에도 절반을 채우지 못해서다.

그는 북구 산격동 옛 경북도청 자리로 옮긴 대구시청 별관 쪽으로 식당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시청 본청 직원 1천500명 중 760명이 산격동 별관으로 옮긴 데다 김영란법 영향까지 겹쳐 평소보다 매상이 40%나 줄었다”며 “한창 바쁠 시간에 파리가 날려서 폐업이나 이전을 준비하는 상인들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울먹였다.

실제 취재진이 중구청에 문의한 결과 8월부터 11월 25일 현재 동인동 시청 주변 식당의 명의 변경 신청 건수가 17건에 달했고, 폐업신고도 7월부터 9월까지 7건이나 접수됐다.

대구시청 청사와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던 별관 직원들이 산격동 옛 경북도청 시청 별관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인근 상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구시청 주변 상인들은 9월 초에 이뤄진 산격동 별관 이전 이후 울상을 짓고 있는 반면, 산격동 별관 일대 상인들은 경북도청 이전 이후 새로운 호재를 맞고 있다.

지난 3월 경북도청이 안동·예천으로 옮긴 이후 폐업까지 고민했던 횟집 주인 최모(41)씨는 요즘 기존 직원 2명 외에 서빙 직원 2명을 더 뽑기로 했다. 식당 테이블 10개가 거의 놀다시피 했던 것이 최근 들어 매출이 60% 더 오른 데 따른 조치다.

최씨는 “울상 짓던 상인들이 새 희망을 갖고 있다. 모두 대구시청 별관 덕분”이라며 웃었다.

최씨처럼 경북도청이 모두 빠져나간 이후 인근 상인들은 절망했다.

그러나 대구시와 대구 북구청 등의 공공기관이 별관 주변 식당 40여 곳의 생존을 위해 팔을 걷었다.

공무원들은 별관 주변 식당에서 점심을 먹거나 회식을 했고, 식당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주차 단속도 완화했다. 북대구세무서도 소상공인들에게 세금납부 유예 혜택도 줬다.

결정적으로 지난 9월 800명 가까운 시청 직원들이 생활하는 대구시청 별관이 만들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강방록 산격4동 주민센터 주무관은 “도청 이전 이후 식당 2곳이 폐업하기도 했는데, 9월에 별관이 생기고 나서는 경북도청이 있을 때보다 상권이 더 활성화됐다”고 전했다.

별관 주변에서 쌈정식 식당을 운영 중인 김덕한 산격4동 주민자치위원회 사무장도 “40여 곳의 식당이 시청 별관이 생기고 나서 사정이 훨씬 나아졌다”고 했다.

한편 지난 9월 본점 보수 공사 때문에 전체 직원 900여 명 중 480여 명과 140여 명이 칠성동 제2 본점과 범어지점으로 옮긴 대구은행의 경우 본점 주변 상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보수 공사 인부 300여 명과 본점 잔류 인원 200여 명의 식사를 주변 식당에서 해결하도록 조치해 호평을 받고 있다.

배준수 기자, 유승엽 수습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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